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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it cl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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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대통령은 1960년대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 낙태 합법 안에 서명했다. 그런데 1980년 미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이후에는 낙태 금지로 전격 입장을 바꾸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처음엔 낙태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하다가 대선 직전에 힐러리 클린턴과 공개 토론에서 ‘낙태는 살인’이라며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Make it clear !” 미국에서 대선 후보는 선거 전에 낙태 찬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낙태 논쟁은 단순히 태아의 생명과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종교적 신념의 대립이자 정치적 분열의 핵심 논제이다. 사람들의 도덕감을 자극하고 감정적 호소력을 가지고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 이후, 반대는 과격해졌다. 낙태 시술 의사들이 살해되고 낙태 시술 병원이 폭파되었다. 반대자들은 미국 내에서 태아 살해범들에 대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을 공표하고, 시간이 걸릴 뿐 반드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것이라 공언해왔다. 공화당은 판결을 뒤집을 연방대법관의 임명을 지지자들에게 약속해왔으며, 실제 지난 6월 24일 돕스 판결에서 그렇게 되었다. 2022년 이제 미국에서 이 문제는 각 주의 의회의 투표와 주지사의 의사에 달려 있다.

누구나 낙태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할 때 현실과 터부 사이에서 잠시 갸우뚱하다가 어느 정도의 도덕적 불편감을 느낄 것이다. 생명의 소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여성의 인생에서 임신과 출산은 인생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실제에서는 그러한 상황에 놓인 여성과 가족과 의사가 진지하게 임신한 여성의 인생과 건강을 고민하여 결정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 누구나 도덕적으로 갈등할 것이다. 그러나 낙태가 자기 자신, 딸, 여동생의 문제로 구체화하면 평소 가지고 있던 현실과 터부 사이의 막연한 갈등은 다른 국면이 될 것 같다.

‘생명의 지배영역’이라는 책에서 드워킨은 미국에서의 낙태 논쟁이 정치적 극단주의로 치달음을 염려하며 다음의 질문을 던진다. (1) 태아의 생명이 소중한 것은 생명 자체의 소중함 때문인지 태아가 정말 사람이기 때문인지, (2) 여성이 원치 않음에도 갑작스러운 임신과 출산을 강제당하여 자신의 인생에서의 자율성과 인위적 창조력을 상실당하는 것과 아직 사람이 되지 않은 태아에 투여된 자연적 창조력이 유실되는 것 중 무엇이 더 소중한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정인경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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