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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토끼 잡기 - 국립전자법원(National Electronic Court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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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1) 한국사회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이고, 10대에서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 40대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은 공지의 사실이다. 법원 역시 위와 같은 통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두 달에 한번 가량 본인상(本人喪)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자살에는 스트레스요인, 보호요인, 그리고 위기 대처 간의 줄다리기가 작용한다고 한다. 주변의 판사들을 보면 업무와 가족 뒤치다꺼리에 소진된 분들이 흔하다. 심지어는 건강을 크게 잃으신 분들도 많다. 그래서 건강상 이유로 휴직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업무강도가 높은 업무를 가급적 피하기도 한다(물론 법률신문의 ‘사법부의 오늘’ 보도처럼 휴직을 전가의 보도처럼 기회주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들도 간혹 있어서 동료들로부터 비난받기도 한다). 이들에게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강도 높은 업무를 강요하는 것은 어찌 보면 야만적일 수 있다.

(문제2) 최근에 도산법분야연구회의 원외세미나가 있었다. 개인파산, 개인회생 등 국민들의 실생활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많은 영역에서 각급 법원의 처리 속도 편차가 커 외부에 알리기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확실히 대규모 법원인 서울회생법원은 모든 면에서 타 법원의 모범이 되었다. 이런 경향성은 과거에 행했던 전국 형사법관 워크숍이나 민사법관, 가사법관 워크숍에서도 나타났다. 대규모 법원이 인적, 물적 자원이 충분하여 좋은 재판을 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규모가 작은 법원의 경우 개인파산, 개인회생 등 업무 이외에 다른 업무를 함께 하다 보니 효율성도 떨어지고 적정한 처리가 힘들어진다.

(두 마리 토끼 잡기) 여기서 국립전자법원 설치를 제안한다. 쟁송성이 크지 아니한 사건 중 전자적으로 그 업무의 90% 이상 처리 가능한 사건을 전국단위로 담당하도록 한다. 그 대상은 가족관계비송사건, 형사 전자약식명령 사건, 상속포기, 한정승인 등의 가사비송사건, 가압류, 가처분 사건, 민·상사 비송사건, 개인파산, 개인회생사건 등이 될 것이다. 온라인상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예외적으로 심문이나 집회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원래 사건을 처리해야 할 법원에서 심문이나 집회 등을 하도록 한다. 전국 단위로 사건을 처리하므로 대략 판사 수는 100명, 직원도 500명 이상 필요로 하는 대규모 법원이 될 것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근처 법원에 출근하거나 또는 재택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업무협업을 위하여 줌이나 메타버스 등을 이용하여 회의를 한다.

국립전자법원은 대규모 법원으로 하나의 사무분담을 담당하는 판사 등이 여러 명이고, 한 명의 판사가 원칙적으로 한 종류의 사건만 처리하기 때문에 효율성을 담보하게 되고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기준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사법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통일적이고 효율적인 재판을 받게 되어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한편 거의 모든 업무가 온라인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전보인사가 필요 없고 인사이동이 최소화될 수 있다. 국립전자법원 근무자들은 업무시간 역시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 일과 가정의 양립, 그리고 소진된 심신을 치유할 수 있게 된다.

발상을 전환하자. 문제 1과 문제 2는 각각 해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 풀 수 있는 문제이고 함께 풀어야만 해결 가능한 것이다. 발달된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본인상(本人喪)을 최대한 줄여보자. 그리고 이를 위하여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보자. 국립전자법원이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과 법원 가족을 위한 휴식처가 동시에 될 수 있다. 발상을 전환하여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보자.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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