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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공적 유언보관제도를 도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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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속분쟁의 급증 이유

사단법인 웰다잉문화운동이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다섯가지 결정’의 동영상 중 1만6000뷰를 넘은 인기동영상의 제목은 '큰아들이 자꾸 아파트를 달래요'이다. 85세 노모가 남편에게 물려받은 아파트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세 가지 방식(생전증여, 유증, 사인증여)을 다룬 내용인데, 65세 이상 구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수십 건의 댓글을 통해 '생전에 재산을 물려주면 절대 안 된다'는 장년, 노년층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피상속인 될 분들의 의지가 이토록 확고하다면 그분들의 소유 재산은 전부 상속재산이 될 것이므로, 우리 사회는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앞으로 더 많은 상속분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년간 상속재판은 24%나 증가해서, 2019년도 기준 법원의 상속사건은 4만3799건으로 이혼사건(3만5228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요즈음 들어 상속분쟁이 급증하는 이유로 첫째,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피상속인이 생전에 재산을 물려주지 않아 사망 시 상당한 상속재산을 남긴다는 점, 둘째, 상속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의 가격이 최근 몇 년 사이 급등했다는 점, 셋째, 가족관념과 가족구성이 복잡·다양해져서, 가부장적 윤리에 따른 상속관행이 무너지고 자신의 법적 권리를 지키는 것이 공정과 정의에 부합한다는 의식이 확산된 점을 들 수 있다.


2. 유언장을 써야 하는 세 가지 이유

유언장을 써야만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상속재산을 둘러싼 혈육 사이의 재판싸움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공동상속인 사이의 이해 대립, 갈등을 조정하고 원만한 상속재산분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피상속인의 유언은 ‘상속분쟁을 방지하는 백신’이 될 수 있다.

 

유언장을 써야만 하는 두 번째 이유는 피상속인의 뜻에 따라 상속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의 1인가구는 2000년 15.5%에서 2020년 30.3%로 두 배 증가했고, 앞으로도 점점 늘어 2045년에는 전체 가구 중 37.1%가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치의 의미는 상속재산을 자연스럽게 물려줄 의미 있는 상속인이 없다는 뜻이다. 또한 전문직 비혼여성, 자녀를 낳지 않는 딩크족, 동성 부부 등의 경우에도 내가 죽으면 내가 평생 모은 재산이 나와 별 관계도 없는 법정상속인에게 상속된다는 것인데, 바로 여기에 유언장을 써야 하는 두 번째 이유가 있다.

 

유언장을 써야 하는 세 번째 이유로는 유언장이 웰다잉의 설계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 한국 남자의 평균수명은 58세, 자식 기르고 나면 후다닥 저세상으로 끌려가게 되니 자기 삶을 돌이켜 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100세 시대, 은퇴 후에도 30년, 40년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 세상에 대한 이별 인사를 하고, 소중한 것을 소중한 사람에게 물려주면서 인생을 멋지게 마무리하는 유언장을 쓸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이다.

 

3. 유언장 보관의 필요성

상술한 바와 같이 초고령사회로 향하는 우리나라는 유언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여러 유언의 방식 중 가장 간편하고 대중화될 수 있는 유언 방식은 ‘그냥 종이와 펜을 준비해서 유언의 전문과 유언자의 성명, 주소, 작성 연월일을 쓰고 도장이나 손도장을 찍으면 완성’되는 자필증서 유언 방식이다.

 
그런데 자필증서 유언은 원본이 단 한 장이기 때문에 그 원본이 있어야 유언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내용을 집행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 유언장 보관의 문제가 발생한다. '유언장을 썼는데 분실되거나 누가 숨겨버리면 어떻게 하지? 유언장이 위조되거나 변조되면 어떻게 하지?'

 

유언장을 쓰려는 분, 이미 유언장을 쓴 분들의 근심과 불안이 깊어질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유언장 쓰기 대중화가 더뎌지고 있다.



4.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유언의 보관 현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정증서 유언을 제외한 자필증서 유언의 공적 보관제도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유언자가 장롱 속에 넣어두거나, 수증자 또는 유언집행자에게 맡기는 것이 보통인데, 이 때문에 자필증서 유언의 멸실, 훼손, 위조, 변조의 우려, 그 작성과 내용의 진정성에 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오히려 유언장의 존재가 분쟁의 요인이 되는 경우조차 있다.

 

누구나 편안하고 간편하게 유언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언장의 공적 보관제도의 도입이 절실한 이유이다.



5. 일본의 공적 유언장 보관제도
가. 법무국의 유언서 보관 등에 관한 법률
일본은 2018. 7. 6. (平成 30年 7月 6日) ‘법무국의 유언서 보관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 2018. 7. 13.(平成 30年 7月 13日) 공포하고, 2020. 7. 10.(令和 2年 7月 10日)부터 시행하였다.

 
위 법률의 입법취지는 ‘고령화의 진전 등 사회경제 정세 변화에 비추어 상속을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법무국에서 자필증서 유언과 관련된 유언서의 보관 및 정보를 관리하는 제도를 창설하는 동시에 해당 유언서에 대해서는 가정법원의 검인을 요하지 않는 것으로 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이 법률안을 제출하는 이유이다’라고 하여 고령사회에서의 상속재산 처리 문제의 해법으로 자필유언장 보관제도를 도입함을 명시하였다.


나. 위 법률 입법의 배경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상속재산의 처리문제가 일본 사회의 유지·발전에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유언 특히 자필유언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2019. 7.부터 자필유언을 용이하게 하는 개정 상속법을 시행함과 아울러 2020. 7. 10.부터 법무국의 자필유언장 보관제도를 시행하였다.

 
다. 유언서 보관법의 특징
(1) 유언서 보관법의 개요
제1조 (취지)

이 법률은 법무국(법무국의 지국 및 출장소, 법무국의 지국의 출장소 및 지방법무국 및 그 지국과 이들 출장소를 포함)에서의 유언서(민법 자필증서에 의하여 한 유언과 관련된 유언서)의 보관 및 정보의 관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동시에, 그 유언서의 취급에 관하여 특별히 정한다.
제3조 (유언서 보관관)
유언서보관소의 사무는 유언서보관관(유언서보관소에 근무하는 법무사무관 중에서 법무국 또는 지방법무국의 장이 지정하는 자를 말한다. 이하 동일)이 취급한다.
제4조 (유언서 보관 신청)
유언자는 유언서보관관에 대하여 유언서의 보관신청을 할 수 있다.
제6조(유언서의 보관 등)
유언서의 보관은 유언서보관관이 유언서보관소의 시설 내에서 한다.
제9조(유언서 정보증명서 교부 등)
다음에 열거하는 자(이하 이 조에서 "관계상속인 등"이라 한다.)는 유언서보관관에 대하여 유언서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는 유언서(그 유언자가 사망한 경우에 한한다.)에 대하여 유언서보관파일에 기록되어 있는 사항을 증명한 서면(제5항 및 제12조제1항제3호에서 "유언서정보증명서"라 한다.)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

제11조(유언서 검인 적용 제외)
민법 제14조 제1항의 규정은 유언서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는 유언서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2) 유언서 보관법의 특징

유언서 보관법에 따른 자필유언서 보관을 통하여 보관된 유언서의 진정성, 형식적 하자의 예방, 분실·훼손·은닉·위조·변조의 방지, 수증자에 대한 통지, 검인생략 등의 편익이 발생하여 유언자와 수증자의 편의를 돕고, 유언과 관련된 법적 분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법 시행 1년이 지난 2021년 6월 말까지 1년에 2만849건(법무성, 2020년 7월~2021년 6월)의 보관 신청이 있었고(월 평균 1737건), 2021년 7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사이 1만5039건의 보관신청이 있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6. 공적 유언보관제도의 도입 방안

초고령사회 상속재산의 정리와 관련하여 유언이 대중화·일상화 되어야 한다는 점, 이를 위하여 유언에 관한 공적 보관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견이 없을 것이므로 일본에서 최근 시행된 자필유언서 보관제도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다만, 공적유언 보관기관을 일본과 같이 행정기관으로 할지, 법원으로 할지 검토가 필요하고, 또한 공적 보관을 할 수 있는 유언을 자필유언에 국한할지, 녹음유언, 비밀유언을 포함할지, 유언정보의 공개범위를 어디까지 할지 등등의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초고령사회가 임박한 현시점에서, 유언장 대중화를 위한 유언장의 공적 보관제도의 도입은 시급히 진행되어야 할 과제라는 점이다.

 

 

이양원 변호사(유언법제개선변호사모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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