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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신과 함께

[법의 신과 함께] 리걸테크의 끝은 어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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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그간 법조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필자가 처음 법조계에 발을 내딛을 때까지만 해도 걸음마 단계였던 전자소송은 이제 필수가 되었다. 더 이상 종이로 서면을 제출하는 변호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최근 도입된 영상재판은 2시에 인천재판을 하고 3시에 부산재판을 하더라도 모두 서울의 사무실에 앉아서 해결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다. 저연차 변호사들은 “불과 8~9년 전까지만 해도 종이로 서면을 제출하면서 한 장씩 간인을 했다”고 하면 믿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급심 판례 구하기는 또 어떤가. 과거에는 하급심 판례를 구하기 위해 사적으로 친한 판사에게 부탁을 하곤 했다고 하면 요즘 젊은 변호사들은 기절초풍할지도 모른다. 요즘은 여러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하급심 판결문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서 하급심 판례 구하기가 너무나 쉽다. 일부 회사들은 판례번호만 알려주면 수일 내로 판결문을 입수해주기까지 한다.

불과 10년만에 변호사의 업무환경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바뀌었다. 앞으로도 변화는 가속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변화가 변호사의 물리적 업무환경을 개선시켜주는 것이었다면, 다음 단계는 변호사 업무의 본질적 내용을 돕는 방향일 것이다. 이미 한 회사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사건 기록 속에서 스스로 쟁점을 추출하고 관련 판례와 법령까지 찾아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실관계 정리 및 쟁점 추출, 관련 법리 검색까지 인공지능이 초벌작업을 마치면 변호사는 이를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인공지능이 두려운 것은
변호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 불필요한 상황 만드는것
좋아졌다 생각하다가 문득 불안


게다가 이런 기술이 더욱 정교화되고 신뢰성을 높이게 되면 변호사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쯤 되면 변호사들로서는 과연 변호사라는 직업이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각종 기사나 토론회에서는 인공지능에 의해 위협받을 직업을 언급할 때 변호사를 빠트리지 않는다. 이에 대해 “변호사에게 필요한 사명감이나 창의력, 직관은 절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다”는 반론을 펴는 이들도 있다. 필자는 이에 동의한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자동차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이를 비웃었다고 한다. 자동차는 수시로 연료를 보충해 주어야 하는데다가 장애물이 있으면 넘어가지도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는 절대 말을 대체할 수 없다”며 자동차를 무시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 여전히 자동차는 말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지만, 세상은 더 이상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두려운 것은, 이들이 변호사를 대체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변호사가 필요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재산분할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부부에게 “인공지능이 100만건의 유사 판례를 분석한 결과 당신들은 재판을 하더라도 5:5로 재산분할을 하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정보를 제공하면 이들이 과연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굳이 재판을 하려 할까? 의료사고의 과실비율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환자와 의사에게 “인공지능이 현존하는 모든 판례를 분석한 결과 재판을 하면 의사에게 30%의 과실이 인정될 것”이라고 알려주면 어떨까?

이처럼 기술의 발전을 통해 분쟁이 조기에 해결되고 소송이 줄어든다면 물론 좋은 일이다. 많은 사람의 시간과 비용, 정신적 고통을 줄여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래에서 변호사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영상재판 신청을 준비하며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문득 불안해 지는 이유다.


류인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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