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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신과 함께

[법의 신과 함께] 양육비의 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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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는 한축을 법률로, 다른 한축을 복지로 하는 좌표를 가진다. 양육비는 양육비채권자가 양육비채무자에게 이행을 청구하는 사인간의 권리의무를 기초로 하는 법률의 영역이기도 하고, 국가가 아동의 양육을 책임져야 할 책무를 이행하는 복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양육비는 법률과 복지의 두축 사이에서, 시기에 따라 기울기를 달리해왔다. 2010년대 중반까지 법률분야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 민법과 가사소송법의 개정을 통하여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한 사법적 수단을 강화하고 가정법원에서 양육비 산정기준표를 공표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그러다 2015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설치되어 양육비 이행절차를 지원하면서 양육비의 법적 정비는 한획을 긋게 된다.

 
한편 2010년을 전후한 무렵부터 미혼모들이 우리사회에 존재를 드러내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면서 양육비청구를 포함한 법적권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하여 2010년에 전국여성법무사회에서는 당시 용어조차 생소했던 미혼부의 법적 책임에 대한 연구와 2011년에 양육비 이행절차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막상 미혼모가 양육비 이행을 실현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미혼부에 대한 인적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고, 판결문을 받아도 상대방의 재산이 없어 집행의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법률의 영역이며 복지의 한 축
2015년 법적정비로 한 획 그어
미혼모 등 한 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인 배려와 관심도 필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미혼모들은 실효성이 적은 법적 절차를 택하기보다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국가의 지원을 강력하게 요청하게 되었다. 정부에서도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했고, 아동양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사회적 분위기가 높았으므로 미혼모를 포함한 저소득 한부모가족 지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특히 저소득한부모가족에 대한 양육비 지급액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는데 2010년 이전에 양육비로 월 5만 원을 지급하던 것이 해마다 늘어나 2022년에는 성인한부모는 자녀 1명당 월 20만 원, 만 24세 이하의 청소년한부모에게는 월 35만 원을 지급하게 되었다.

 
또한 올해부터 한부모에 대한 근로소득 30% 공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는 저소득한부모의 기준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중위 소득 52%로 되어 있음에 따라 양육비를 지원받으려면 최저임금을 받는 일자리조차 가질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경제적 자립을 원하는 한부모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이와 같은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직접적인 양육비 지원액이 늘어나서 2022년 여성가족부 총예산 1조4650억 원 중 양육비 관련 예산이 4213억 원으로 거의 30%의 비중을 차지하게 되어 복지정책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정도는 포화상태에 근접해 있다.


이처럼 몇 년 동안 양육비를 복지로 실현하고자 하는 흐름이 속도를 낸 결과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부모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복지정책은 사회 전반의 변화를 추동해 내는 동력을 강하게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그에 비해 법률의 변화는 가치기준의 변화를 동반하므로 폭넓고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제는 법률의 영역에서 양육비에 대한 사회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동해 갈 때이다. 양육비 이행절차의 강제성을 높이려는 시도와 함께 양육비의 성질을 규명하고 그에 입각한 법정책적 배려에 대하여 깊이있는 논의가 요청된다. 임금채권이나 임대차보증금채권이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채권이어서 법정책적인 배려를 받고 있는 것처럼 양육비도 마찬가지다. 자녀의 기본적인 생계유지와 미래사회의 주역이 될 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할 채권으로서 법정책적 배려와 사회의 집중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오영나 법무사(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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