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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기

[나의 여행기] 호주에도 위스키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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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 프라이시넷에서의 일출.

 

 # 태즈메이니아로 여행할 결심

호주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호주에서 와인이 많이 생산된다는 것은 알 것이다. 호주를 여행해본 사람은 맥주의 종류도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란다. 그런데 호주를 여행한 사람, 심지어 호주에 살아본 사람들조차 호주 위스키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 백발백중 "호주에도 위스키가 있어?"라는 반응을 보인다. 호주에서 연수 중인 나도 그랬다. 그런데 호주에도 당연히 위스키가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와인과 맥주에 진심인 사람들이 위스키에 관심이 없을 리가 없다.


나는 위스키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다. 남들 먹는 정도의 위스키를 즐기는 정도이다. 하루는 위스키 마니아 친구가 호주 위스키를 소개해주겠다면서 나를 멜버른 시내에 있는 위스키 바로 데려갔다. 호주 위스키, 그 중 태즈메이니아 위스키의 맛을 처음 본 날 태즈메이니아로 '여행할 결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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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시내에 위치한 비니스 드라이버 레인

 

# 낯설고 날 것 그대로의 태즈메이니아

태즈메이니아는 호주 대륙의 남쪽에 위치한 섬이다. 나에겐 호주도 커다란 섬처럼 느껴지지만, 어쨌든 태즈메이니아는 또 다른 섬이다. 태즈메이니아 하면 언뜻 떠오르는 것은 어렸을 적 보았던 만화 루니 툰의 태즈메이니아 데빌이다. 나는 한동안 태즈메이니아를 동물 이름으로 알고 있었다. 그만큼 낯선 곳이다.


연방제인 호주의 땅 크기는 미국의 80% 정도지만 주는 6개에 불과하다. 태즈메이니아는 어엿한 호주의 한 '주'이다. 가장 작은 주여서 남한의 3분의 2정도에 불과(?)하고 인구는 남한의 100분의 1이다(!). 사람이 미처 채우지 못해서인지 땅의 21%가 국립공원이고 세계유산이다. 국립공원이 아니라도 주변이 다 산, 들, 강, 바다이다. 압도적인 자연에 인간이 얹혀사는 느낌이다. 그래서 태즈메이니아는 ‘에코 투어리즘’의 명소로 꼽힌다. 물과 산이 많아서 술도 많다.

 

 

# 호주 위스키의 보고 태즈메이니아

이번 태즈메이니아 여행의 테마는 '위스키'와 '하이킹'이다. 위스키는 태즈메이니아를 여행하기로 마음먹은 동기이고, 하이킹은 태즈메이니아의 자연을 즐기는 가장 당연한 방법이다. 여행 일정을 양조장과 국립공원으로만 잡았다. 수도 호바트에 내려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태즈메이니아 위스키의 최고봉인 설리반스 코브 양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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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반스 코브 내부 테이스팅실

 

# 설리반스 코브
설리반스 코브는 나에게 여행할 결심을 심어준 위스키이다. 나오자 마자 매진이 되기 때문에 일반 주류매장에서는 구할 수 없다. 설리반스 코브를 저렴하게 확실히 마실 수 있는 방법은 양조장에서 테이스팅을 하는 것이다. 내가 여기 온 이유이다. 보통 테이스팅은 서로 다른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3잔으로 이루어진다. 한 잔씩 마실 때마다 직원이 그 술의 특징을 설명한다. 전문적인 용어가 많아 반도 못 알아듣겠지만, 입은 이미 즐기고 있기에 아무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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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 내부 테이스팅실

 

# 라크

라크는 설리반스 코브처럼 희귀한 위스키는 아니다. 그렇다고 저렴한 것도 아니다. 태즈메이니아는 물이 맑고 풍부하기에 술도 깔끔하고 깊이가 있다. 라크 양조장은 호바트 시내에 있어 접근하기가 쉽다. 설리반스 코브와는 다른 부드러움과 경쾌함이 느껴진다. 라크가 종달새라서 그런가보다.

 

 

# 헬리어스 로드
헬리어스 로드는 나와 여행을 함께한 술이다. 앞의 술보다 싸고 독특하다. 피노 누아 캐스크에서 마무리한 위스키가 대표작이다. 와인 끝 맛이 이채롭다. 태즈메이니아의 산(프라이시넷)과 숲(크래들 마운틴)을 하루에 5, 6시간씩 걷는 동안 지루함과 노곤함을 달래준 술이다. 적당한 취기와 맑은 공기는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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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설리반스 코브 테이스팅 세트 (아래) 라크 테이스팅 세트

  

# 위스키와 여행

나는 위스키에 조예가 깊지 않다. 지금부터 열심히 파볼 생각도 없다. 다만 이전에는 위스키를 한약 먹듯이 삼켰다면, 지금은 30㎖ 한 잔을 두세 번에 나누어 먹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여행이라는 것도 마찬가지 같다. 어렸을 땐 유명지를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이 찍고 다니는 게 목표였다면, 지금은 같은 곳을 두세 번 반복해서 나누어 가는 여행도 즐겁다. 여행도 술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맛이 바뀌나보다.

 

 

김용길 변호사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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