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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측정에 임하는 A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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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전문가 A는 소주 3병을 마시고 이성을 상실하였습니다. 이미 정신을 놓은 A는 차를 운전하여 도로에 나섭니다. 집에 다 와간다고 생각한 순간 일제단속에 걸렸네요. A의 눈앞이 아득해졌지만 A는 법률전문가입니다. 자신이 마신 술의 양이면 0.4%를 넘고도 남을 수치인 점,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인 경우 2~5년의 징역 또는 1~2천만 원의 벌금이 법정형인 점이 떠오릅니다. 하한이 2년 이상, 1000만 원 이상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음주측정거부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법정형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하한이 1년 이상, 500만 원 이상으로 0.2% 이상의 1/2 밖에 되지 않습니다. 벌금형이나 징역형이나 하한이 가장 중요한 것은 법조인의 상식이지요. A는 음주측정 거부를 하기로 합니다.

2018. 12. 24. 개정된 도로교통법(법률 제16037호)의 내용입니다. 그 전까지 0.2% 이상인 경우와 음주측정 거부의 형량범위가 동일하였는데 갑자기 음주측정 거부의 하한이 0.2% 이상으로 측정된 경우보다 낮아졌습니다. 위 법은 2018. 11. 28. 법사위 회부되어 2018. 12. 7. 본회의 의결되었습니다.음주사고는 엄단해야합니다. 그런데 다른 범죄는 아닐까요. 형법상 강제추행, 미성년자 약취유인, 인신매매보다 혈중알코올농도 0.08% 단속된 사람의 법정형 하한이 더 높은 것은 A가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다른 범죄도 모두 형량을 높여버리면 될까요. 듣기만해도 속시원한 수백년 징역을 선고하는 미국식 양형제도를 도입하면 범죄가 없어질지, 그래서 우리나라보다 미국의 치안 상황이 더 좋은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모쪼록 우리 국회에서 형사사법과 관련한 논의가 이루어질 때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고, 부작용은 없을지 검토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래도 또 혹시 문제가 없을지 다시 검토해보는 이런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이 법은 2022년 현재 기준 몇 개 조항에 대하여 벌써 위헌 결정을 받기도 하였고, 70년간 지속되어온 형사사법체계 전체를 다 바꾸는 개정 검찰청법은 2022. 4. 27. 법사위 회부되어 3일 뒤인 4. 30. 본회의 의결, 형사소송법은 같은 날 회부되어 6일 뒤인 5. 3. 본회의 의결되었습니다.


차호동 (대구지방검찰청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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