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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의 법문정답

[박성민의 법문정답] 법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法問政答 : '법이 묻고 정치가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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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은 어제를 심판하고, 행정은 오늘을 해결하고, 정치는 내일을 준비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확실히 사법은 ‘과거’를 다룬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법의 또 다른 이미지는 ‘느리다’는 것입니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여러 조직의 ‘혁신속도’를 자동차 속도에 비유했습니다. ‘속도의 충돌’ 챕터 중 기업·정부 조직·정치·법에 대한 평가를 인용하겠습니다.

"시속 100마일 :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기관을 대변한다. 기업이나 사업체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사회 다른 부문의 변혁을 주도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기술은 경영자와 직원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쏜살같이 질주한다. 금융 부문 역시 새로운 기술은 물론 새로운 스캔들, 새로운 규제, 다각화 하는 시장, 재무 상태 변동에 반응하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회계나 다른 시스템도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시속 25마일 : 소리만 요란한 정부 관료 조직과 규제 기관들은 어떨까? 그들은 스스로 천천히 변화할 뿐만 아니라 빠르게 바뀌는 시장 조건에 반응하는 기업의 속도마저 떨어뜨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새로운 의약품을 시험하고 승인하는데 걸리는 오랜 시간 가망 없는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은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다. 정부의 의사 결정은 너무나 지지부진해서 공황 활주로 건설을 승인 받기까지 10년 이상 걸리고, 도로 건설 프로젝트를 승인 받는 데도 7년 이상이 걸린다.

 

시속 3마일 : 이보다 더 느리게 변화하는 곳이 있다. 바로 정치 조직이다. 현재의 정치 시스템은 지식 기반 경제의 엄청난 속도와 고도의 복잡성을 다룰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사회 경제적으로 정치 안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미국의 정치구조는 아마도 기본적인 조직 개혁에 있어서 헌정 위기가 닥칠 때까지 길가에서 자주 쉬어가며 변함없이 3마일의 속도로 기어갈 것이다.

 
시속 1마일 :
느림보 중에서도 가장 느리게 변화하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법이다. 법에는 두 부문이 있는데 하나는 법원, 변호사 협회, 법과대학원, 법률회사 등을 포함하는 기관들이다. 다른 하나는 이 기관들이 해석하고 수호하는 실질적인 법 그 자체다. 미국의 법률회사들은 합병, 광고, 지적재산권 관련 법안 등 새로운 전문 분야를 개발하고 원격 화상회의를 실시하는 등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세계화를 추진하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반면 법원과 법과대학원은 기본적으로 변함이 없는 상태다. 시스템이 작동하는 속도 역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서 중요한 사건들은 몇 년 째 법원에 계류 되곤 한다. 재판이 끝나기까지 몇 년이 걸리고, 그 때 쯤이면 기술적인 진보로 인해 소송의 쟁점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이에 대해 실리콘밸리의 연대기 작가 로버트 크링글리는 '고도로 가속화하는 인터넷 시간과 사법 시간의 격돌'이라고 평했다.

 

물론 법은 천천히 변해야 한다. 그래야 지나치게 빠른 사회 경제적인 변화에 제동을 걸어 사회나 경제에 필요한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천천히 변해야 하는 걸까? 진보하는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저작권, 특허권, 사생활 보호와 같은 분야의 주요 법들도 한심하게 시대에 뒤처져 있다. 지식 경제는 이런 법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법률에도 불구하고 생겨나고 있다. 법조계 사람들은 일하는 방식을 바꿔 가고 있지만 법 자체는 거의 변화가 없다."


가장 느리게 변하는게 법이지만
빛의 속도로 변하는 기술의 시대


뒤를 보며 느리게 걷는
법의 이미지 바꿀 수 있을까
 

 

이 책이 2006년에 나왔으니까 2022년 지금은 속도의 차이가 훨씬 더 벌어졌을 겁니다. 기업·정부·정치·법률 모두 ‘서비스업’입니다.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고객이 갖기를 원하나, 자기들은 만들 수 없는 것’을 파는 것은 같습니다. 수요 측에서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느냐에 따라 시장 가격이 형성되고, 공급 측에서는 ‘only one’과 ‘number one’이 승자가 됩니다.

 
대한민국 ‘부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기업과 교수들이 가장 잘 압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관료들이 가장 잘 합니다. “왜 해야 하는가?”는 정치인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법조인들은 뭘 해야 할까요?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기술의 시대’에 뒤를 보며 느리게 걷는 법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까요? ‘법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박성민 대표 (정치컨설팅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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