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월드로

[월드로] 모든 Indictment는 기소이지만, 모든 기소가 Indictment는 아니다

2022_worldlaw_jang.jpg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어 형사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한국의 검사는 정식 기소 또는 약식 기소(약식명령 청구)를 통해 법원에서 유무죄의 판단 및 적절한 형벌의 선고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즉, 한국에서는 범죄에 대한 형사 처벌을 위해서, 정식이든 약식이든 검사의 ‘기소’가 필수적인 단계이다.

 
한국에서 업무를 시작한 후, 위와 같은 한국 검사의 기소 행위를 일률적으로 ‘Indictment’로 번역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필자의 미국 형사 실무 경험에 비추어, 이러한 표현은 부정확한 면이 있다. 필자가 미국 뉴욕주·시 검사로 재직하면서 처리하여 형사처분에 이른 수천건의 사건 중 Indictment를 거친 숫자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의 형법은 범죄를 경범죄(‘misdemeanor’, 법정형의 상한이 징역 1년 이하)와 중범죄(‘felony’, 법정형의 상한이 징역 1년 초과)로 분류한다. 연방 법원의 판례에 따라, “infamous crime”(‘중대한 범죄’로 이해함이 상당)에 대해서만 indictment가 요구되고,‘중대한 범죄’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법정형이다. 법정형의 상한이 징역 1년 이하일 경우, ‘중대한 범죄’로 간주되지 않는다. 따라서 Indictment가 필수인 경우는 중범죄 사건으로 한정되고, 경범죄는 indictment없이도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indictment가 요구되지 않는 경범죄의 경우, 검사가 어떤 방식으로 법원에 심판을 요구하고 피의자(또는 피고인)에게 그 혐의를 고지하는 것일까? 미국에서는 경범죄든 중범죄든 관계없이, Arraignment(‘죄상인부절차’로 번역되곤 하는 형사 사법 시스템의 가장 첫 단계로, 이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 기고문에서 자세히 설명할 예정)라는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이 때 검사가 범죄사실을 간략히 기재한 ‘complaint’를 판사 및 피의자에게 제출한다. Arraignment가 종료되면 경범죄의 경우 바로 재판 단계가 시작되고, 중범죄의 경우 재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Grand Jury(대배심)를 거쳐 indictment가 이루어질 것이 요구된다(다만, 대배심원단 소집이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 판사가 대배심원단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고, 소도시에서는 판사가 대배심원단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처럼 중범죄의 경우 법원의 심판 대상이 indictment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되므로 indictment를 ‘기소’로 볼 수 있지만, 경범죄의 경우 Arraignment에서complaint를 제출하는 행위가 한국의 ‘기소’ 개념에 상응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의 형사사법절차의 차이에 기인하여, 미국의 ’Indictment’ 개념이 한국의 ‘기소’ 개념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 즉, 모든 Indictment는 기소이지만, 모든 기소가 Indictment는 아니다.

 

 

장우진 외국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 장우진 외국변호사 약력 ]
미국 미시간 대학교(앤아버)와 미국 뉴욕주립대(버팔로)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6~2020년 뉴욕주 검찰청 금융범죄부와 뉴욕시 브루클린 검찰청 공판1부 검사로 일하며 국제자금세탁, 마약 유통, 강력범죄 수사와 대배심원 기소, 공판 업무 등을 수행했다. 현재 법무법인 세종 국제형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