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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뭣이 중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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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사소한 추돌사고를 당하였다. 대물사고로 상대방 택시 기사가 책임을 인정했다. 문제는 차량수리를 맡기고 렌트카를 빌리면서 생겼다. 간단한 차량손상이었는데도 5000원 가량의 부품 하나를 2주일 내에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공제조합은 약관상 3일이면 수리가 가능하므로 위 기간만 렌트비를 보증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나의 항의에도 공제조합은 꿋꿋하게 약관상 보험개발원이 공표한 수리기간 3일만 책임질 것이고, 억울하면 소송하라고 했다. 그 사이에 렌트카 회사는 대금을 못 받을까봐 전전긍긍하여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다행히도 대법원은 작년에 ‘보험개발원 산정의 수리기간이 비용 산정의 원칙적인 기준이 되나, 실제 작업상황 등을 고려해서 정해진 것이 아니므로 위 기간 내에 수리를 마쳐야 할 의무는 없다(2016다203933)’고 판시했다. 이에 따르면 부품조달 기간은 원칙적으로 정해진 수리기간에 포함될 수 없다고 해석되었다. 이 판결을 공제조합에 전달하고 렌트카 회사에 알린 다음에 큰 다툼 없이 렌트카를 사용할 수 있었다(공제조합이 위 부품을 빨리 구하여 6일만에 수리를 마쳤다). 요즘 차량사고로 렌트카가 필요한 분들은 위 대법원 판결 덕을 톡톡히 입을 것 같다.

 

형사재판장 시절에, 피고인이 게임산업법위반 혐의에 대하여 무죄를 다투면서 고가에 구입한 게임물품을 경찰이 압수 후 동의 없이 폐기처분하여 무죄의 증거로도 못 사용하고 큰 재산상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 사건이 있었다. 형사소송법 제130조 제3항 소정의 폐기는 권한 있는 자의 동의를 받는 경우에만 가능하므로 검사에게 동의 없는 폐기에 관한 석명을 구했다. 이에 검사는 보관이 어려운 물품 중 매각하기 어려운 것은 실무상 폐기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형사소송법에 반하는 법집행이다. 최근 1월에 대법원은 '부패의 염려가 있거나 보관하기 어려운 압수물이라 하더라도 법령상 생산·제조·소지·소유 또는 유통이 금지되어 있고, 권한 있는 자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한 이를 폐기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2019다282197). 앞에 피고인이 위 판결 이후에 압수를 당했다면, 그 피고인은 당당하게 위 판결을 들이밀면서 임의로 폐기처분하면 수사기관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여 폐기를 면할 수 있었으리라?


대법원의 구체적 판시 내용은 법률보다 더 확실하게 우리의 일상을 바꾼다. 대법원은 김재형 대법관 후임 대법관 인선 작업에 들어갔고, 여러 법조선배들이 후임 대법관에 천거되었다. 언론이나 판사들 사이에서는 지금 후보자들 중 어떤 분이 적임자인지 설왕설래한다. 절반에 이르는 피천거자들이 검증동의를 하지 않아 아쉬움이 있으나, 천거되신 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능력과 인품을 갖춘 적격자가 다수인 듯하다. 신임 대법관이 되실 분께 하나만 주문하자면, 보통사람들의 일상에 대법원 판결이 엄청난 영향을 끼침을 이해하시고, 가급적이면 국민이 체감하는 사안에 의미 있는 판시를 많이 하도록 노력해주시면 어떨까 한다. 대법관은 대법원이라는 공적 자원을 자신의 개인적 소견이나 자족적 담론을 펼치는 데 쓰는 자리라기보다는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사건을 해결하고 법을 선언하는 자리라고 본다.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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