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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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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오르면 팔려는 사람이 많아져 균형을 찾는다는 수요공급의 법칙이 왜곡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주식시장이 그렇다. 가격이 급등하는 주식은 사람들이 몰려 주가가 더 오르고 급락하는 주식은 서로 먼저 던지려 해 주가가 더 떨어진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심리 때문에 생기는 이런 현상은 오래가지 않는다. 길어야 몇 개월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아파트시장은 몇 년 동안이나 이런 왜곡된 상태로 국민들을 괴롭혀 왔다. 갑남을녀들이 영혼을 끌어모아 올인하고, 똘똘한 아파트 한 채를 위해 수백 년 뒤 후손들이 자랑할 정승 판서 자리가 내팽겨졌다. 가장 똑똑하다는 경제관료들이 스물 몇번인가 꾀를 냈으나 언 발에 오줌누듯 상황만 악화시켰다.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이면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였다. 원주민 이주가 불가피한 뉴타운재개발사업을 폐기한 후 지난 십여 년 동안 세금으로 벽화 그리고 골목길 포장하고 cctv 설치해주는 도시재생지원사업에 몰두했다. 하지만 관련 사업자들의 배만 불려주었고, 정작 유지보수되어야 하는 주택들은 돈 없는 주인 덕분에 낡을 대로 낡아 슬럼화됐다. 또 다른 공급 루트인 재건축은 유명 강남 아파트 단지들 사례에서 보듯 그 문을 꽁꽁 닫아걸었다.

 

한편 LTV, DTI, DSR 같은 금융규제들로 수요를 옥죄려 했으나 실수요자들의 발목만 잡은 채 현금 가진 부자들의 세상을 만들어버렸다. 세금 폭탄 역시 돈 없는 서민들만 힘들게 했지 아파트를 향한 욕구를 어찌하지 못했다.

 

이렇듯 모든 정책이 남의 다리 긁으며 헤매는 와중에 2021년 도입된 총대출원리금 상환액의 소득 대비 비율을 40%로 묶는 DSR 제도는 엉뚱한 부작용까지 양산해 힘 없는 서민들을 골탕 먹였다.


자기 집 마련이 평생 꿈인 소시민은 로또 맞지 않는 한 집 한 채 장만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영세자영업자는 부모 생명이 위급해도 유일한 자산인 주택을 담보로 추가대출을 받을 수 없어 천하의 불효자가 됐다. 2021년 이전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꾸고 싶어도 이게 신규대출이라 DSR이 적용되어 바꿔탈 수도 없었다. 모시고 살던 노모의 조그마한 아파트를 상속받았으나 마이너스통장 때문에 노모의 역모기지론을 주택담보대출로 대환할 수 없어 아파트를 팔고 임차인으로 나앉아야 한다.


이런 불합리한 서민들의 고통은 어떻게든 구제해 줘야 한다. 현정부의 확대된 공급정책과 완화된 세금정책만으로도 사람들의 이상 기대심리를 잠재워 아파트값 광풍을 잡을 수 있어 보이고 벌써 그런 징조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니 가계부채안정화라는 양보할 수 없는 정책목표를 위해 DSR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이로 인해 죽어나가거나 길거리로 쫓겨나는 사람들이 없도록 서민들의 숨통을 터줄 공간도 있어 보인다. 기왕에 십수가지 DSR 적용 예외들이 규정되어 있으니 여기에 합리적 사례들을 추가하는 융통성을 기대해 본다(졸고 작성 이후 일부 보완책이 제시되었으나 여전히 충분해 보이지는 않는다).

 

 

김병철 부장판사(서울동부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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