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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로] 무기여 잘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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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총으로 세워진 나라다. 총성과 화약 연기속에서 독립을 얻어냈을 뿐만 아니라 건국 초기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광활한 땅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미국인에게 총기는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필수품이었다. 그렇다 보니 총기 소유는 일종의 기본권이자 미국이라는 나라의 중요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총으로 끊임없이 고통받는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의 민간 보유 총기는 4억여 정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세계에서 압도적인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총기가 널리 사용되나 보니 총격사고도 흔하다. 총기 난사 사건도 매년 꾸준히 발생한다. 가장 최근에는 텍사스 주에 있는 유밸디 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기난사로 약 20여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와 총기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전국민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면에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올해 미국의 독립기념일은 꽤나 역사적인 독립기념일이 될 조짐이 보인다. 개인의 총기 소유권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총기 구매하려는 18~21세 대상
미성년범죄와 기록 제출 하도록
21세 미만은 정신건강 등 검사
총기규제법안 상원서 극적 통과


총기규제 법안이 23일(현지시간) 상원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65표, 반대 33표로 극적으로 통과됐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허가 없이는 집 밖에서 권총을 휴대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뉴욕주 법에 위헌 판결을 내리며 총기 규제 움직임에 제동을 건 지 불과 몇시간 만의 일이다. 초당적 안전공동체법(Bipartisan Safer Communities Act)이라고 명명된 총기규제 법안의 주요 요지는 총기를 구매하려는 18∼21세의 신원 조회를 위해 미성년 범죄와 기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21세 미만 총기 구입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관계 당국이 최소 열흘간 검토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법안에는 더 많은 총기 판매업자에게 신원 조회 의무를 부여하고 총기 밀매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위험하다고 판단된 사람의 총기를 일시 압류하는 '레드 플래그'(red flag) 법을 도입하려는 주에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도 담겼다. 그 밖에도 주(州)와 지역사회에 학교 보안 강화와 심리치료를 위한 예산을 지원하는 내용과 가정 폭력 전과자에 대한 총기 구매 제한을 배우자나 동거자 뿐만 아니라 함께 거주하지 않는 데이트 상대로도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반반으로 나뉘어 난관이 예상되었던 상원의 관문을 넘어선 총기규제 법안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으로 넘어가게 되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이 하원까지 통과하게 되면 미국은 약 30년 만에 의미 있는 총기규제법을 통과시키게 된다.


 

이민규 외국변호사 (뉴욕)

△ 이민규(Eric Lee)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졸업 후 뉴욕주 검찰청에서 근무를 시작해 현재 고용노동 전문 로펌인 오글트리 디킨즈(Ogletree Deakins)에서 고용법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나는 뉴욕의 초보 검사입니다'와 '차이, 차별, 처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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