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모두를 위한 법

[모두를 위한 법] 인권 사각지대를 비추는 공익활동

2011_everylaw_han.jpg

 

"손발에 수갑을 채운 뒤 사지를 뒤로 묶었어요. 머리에 박스테이프를 둘러 숨을 쉬기 힘들었어요. 화장실도 못 가고 발목에 피가 나도록 버둥거렸어요." 인신매매나 납치 피해자가 아니라 출국 대기 중인 외국인에게 들은 말이다. 게다가 가해자들이 법무부 공무원들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날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했다. 이 사건으로 국내 최초의 외국인보호소 내부 가혹행위 현장 영상이 세상에 나왔다. 법무부는 진상조사를 통해 스스로 인권침해를 인정하였고, 인권위원회는 진정을 두 건에 걸쳐 인용하였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시설과 제도의 변화도 시작되었다.

처음 면회실에서 피해자를 만났을 때, 명함을 드렸다. 통상적인 일이었지만, 그 명함은 구금된 외국인들에게는 외부로 통하는 생명줄처럼 여겨진 듯하다. 그 뒤로 몇 달간 피해자는 물론이고, 그가 소개한(?) 수많은 구금된 외국인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밀린 월급을 받기 전까지는 출국할 수 없어 구금되어 있다는 사람, 집에 있는 어린아이가 걱정되는 구금된 아버지, 난민인정자로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무기한 갇혀있는 사람까지. 변호사 직함이 찍힌 명함만으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절실한 연락을 받게 되었다.


외국인 보호소 내 가혹행위
법무부 직원이 가해자라니…
소송으로 문제해결은 한계
함께 할 전문 법률가 필요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이런 사각지대가 가득하다. 그리고 이곳들은 대체로 소송 몇 건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를 제도의 관점에서 지적하고, 지속적인 해결방안을 당사자와 시민사회 속에서 함께 고민하는 일, 즉 공익법 활동 없이는 변화가 어렵다. 반드시 전업 공익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사회문제에 집중하고 함께 이끄는 역할을 할 법률 전문가가 필요하다.

변호사로서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은 만큼, 다른 곳에서 배우기 어려운 수많은 것들을 공익법 활동의 현장에서 배울 수 있다. 소송, 자문, 행정절차는 물론이고, 생각도 해보지 못한 정치 협상이나 언론 대응, 입법 대응도 배워가고 있다. 제도를 바꾸려면 많게는 수십 개의 단위와 동시에 협업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일방의 대리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전문가로서 설득하고 조율하는 일도 익혀야 한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는데, 아직 우리 사회에서 공익법 활동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는 크게 논의되지 못한 것 같다. 법률신문에서 공익 지면을 신설한다는 소식이 반갑고, 감사하다. 앞으로 이 지면에서 귀한 논의가 계속되길 바란다.


이한재 변호사 (사단법인 두루)

 

 

미국변호사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