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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포토라인 재개장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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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무부가 우려스러운 제도변경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바로 2019년 12월 1일 법무부훈령 제1256호로 시행되어 두 차례 개정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다. 이 규정은 전문공보관이 공보 업무를 담당하고 공개심의위원회 의결 없이 수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이 규정 전에는 헌법상 무죄추정을 받는 피의자가 한 달에 2~3번씩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얼마간 서서 수십, 수백명의 기자나 일반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진촬영 세례를 받으며 멘붕 상황에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았다(그 상황을 레드카펫으로 여겨 소신발표를 하는 강심장도 간혹 있긴 했다). 이 포토라인의 사진과 답변내용은 실시간으로 신문이나 언론 등에 보도되었다. 심지어 방송사들은 생중계 하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포토라인에 서는 분들은 검찰 수사 이외에 도대체 뭐라고 소감을 밝혀야 하는지에 관한 압박감이 컸다. 포토라인에 피의자만 서는 것도 아니었다. 법률상 출석이 강제되지도 않는 참고인들도 어이없게 포토라인에 섰다. 과거 법원이 수사받던 험악한 시절 포토라인에 선 많은 분들 중 유죄판결은 고사하고 기소조차 되지 않은 분들이 많았다. 포토라인에 섰던 분들은 인생 최악을 경험한 날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나아가 포토라인이 설치된 형사사건 대부분이 언론에 거의 실시간으로 보도되었는데, 보도내용 중 일부는 객관적인 단서가 없음에도 망신주기 위한 방식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포토라인에 섰거나 서야 했던 다수의 피의자나 참고인들이 심리적 부담과 굴욕감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는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몇 건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념적 성향이 좌냐 우냐, 지위고하와 별 관계가 없었다. 이와 같은 형사사건 공개를 통하여 일방 당사자인 검찰이 수사에 과다한 동력을 얻고 월등히 우월한 지위에 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우리 형사사법제도가 예정한 모양새가 아니었고, 위 법무부 훈령의 시행은 언론을 자극적으로 악용하는 검찰의 구습을 타파하고, 피의자의 실질적 방어권을 보장해주는 진일보한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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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제도개선은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실제 마주하게 되는 사안에 그 동인이 있다. 그런데 그 동인이 된 사안에 관한 제도 설계자의 입장이 다르다하여 제도개선 결과물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쇠퇴이지 발전이라고 할 수 없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의 헌법합치적 정신이 쇠퇴하지 않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고 그것이 실질적으로 지켜지기를 희망한다.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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