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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신(新)과 함께

[법의 신(新)과 함께] 당신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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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만히 A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앉았다. 귓불을 스치는 바람이 A의 눈가에 맺힌 물방울을 훔친다. 그의 눈에서 흐르는 액체에는 십수 년간 자신의 전부를 바치며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에 대한 회한이 담겨 있었다.

 

 
A는 예상치 못한 이유로 조직에서 징계를 받았고, 행정착오라 생각했다. 징계가 현실이 되었을 때에도 당연히 구제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조직에서 버림받은 것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나를 신뢰했다. 나는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구제절차가 그의 희망을 되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위원들에게 깊은 울림을 던졌다. 하지만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그는 애써 태연하려 했고, 나는 순간적으로 마음이 나아갈 방향을 잃었다. 내가 헛된 희망을 심어준 것이 아닐까. 처음부터 포기하라고 말했어야 했던 것이 아닐까.

 

A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고, 입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징계를 받아야 했다. A에 대한 징계는 부당하고 가혹해 보였다. 사실관계나 법률관계 어느 모로 보나 우리의 주장이 합당했다. 여러 위원들은 우리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고 공감했다.

 
소송을 한다면, 지금의 부당한 현실이 방치되지 않도록 한 번 더 판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A가 재판을 통해 복권되더라도, 여전히 이곳에서 일하고 승진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금 이 징계를 뒤집어야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승진심사에서의 불이익 때문인데, 소송으로 징계가 취소되더라도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A는 소송을 포기했다.

 

지금까지 의뢰인이 부당한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사건에서 부당함을 덜어냈다. 운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이라 믿는다. 미리 예상할 수 있었던 많은 순간들을 열심히 대비한 결과라고 믿는다. A의 경우에도 그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었고 명백하게 밝혀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오해에 대해서도 충분한 답변을 준비했다. 하지만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법원의 판단을 통해 지금의 부당함이 극복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이 A의 승진심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소송을 포기한 A의 선택은 현실적이고, 납득할 만했다.

 

“제가 운이 없는 거죠. 변호사님은 최선을 다하셨어요.” 나를 위로하는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맴돈다. A가 많은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며 보낸 것을 알고 있다. 지금 나를 짓누르는 이 시간의 무게보다 그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짊어져야 할 시간의 무게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무거울 것임을 알기에 그의 말이 더욱 가슴에 맺힌다. 함께 뛰었지만, 결국 이 무게를 온전히 견뎌야 하는 것은 A였다. 어설픈 위로의 말은 차마 입에 담을 수가 없었다. 대신 A의 곁에서 여전히 그의 편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언제든 손을 내밀면 달려올 당신의 편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조웅규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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