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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에게 권한다"는 지역주택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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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를 망하게 하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선물옵션을 가르쳐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주택조합 가입을 권하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잘만 되면 이득이 크지만 그만큼 위험도 뒤따른다는 말일 것이다. 지역주택조합 관련 분쟁 중에는 결국 조합원들의 손해로 귀결되는 사건이 많아, 법에 따라 판결을 하다가도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안타깝다.


판결문 검색시스템에 따르면, 어느 한쪽이 지역주택조합인 민사 제1심 사건(합의, 단독, 소액 합산)은 선고일 기준으로 ▷2018년 30건이던 것이, ▷2019년 124건, ▷2020년 241건, ▷2021년 267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도 6월 16일까지 112건이 선고됐다. 하반기에 사건 처리가 집중되는 특성상 올해도 증가세는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법적 분쟁에 휘말린 지역주택조합의 가입자들이 얼마나 피를 말리고 있을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지역주택조합 방식의 아파트 신축은 조합원들로 구성된 단체가 스스로 사업 주체가 되어 토지매입부터 자금조달, 공사도급계약 체결, 잔여물량의 분양 등 시행 전반을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만 시행사가 챙겨가는 몫만큼 조합원들에게 이득으로 남게 된다. 그럼에도 초기부터 업무대행사가 나서 조합 업무를 돕는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시행사 역할을 다 하는 경우가 많다. 생업에 바쁜 조합원들이 조합 업무를 꼼꼼하게 챙기지 못하는 사이 간부들의 횡령·배임 사건이 터지거나, 업무대행사나 시공사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는 계약이 체결되어도 조합원들은 속수무책이다.

상당수의 가입자들은 이런 법적 리스크를 꼼꼼히 따져보지 않거나, 아니면 업무대행사가 제시하는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와 과장 광고에 이끌려 통상의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정도의 마음으로 조합 가입을 한다.

법적 보호는 미흡하다. 조합원들에게 부담이 되는 중요한 계약은 총회 의결을 거치게 해야 하지만 이런 원칙은 법률 수준이 아니라 하위 법령과 조합 규약 등으로 정할 뿐이다. 상대방이 과실 없이 그런 점을 몰랐다고 하면 조합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총회 의결 사항 등을 법률에다가 못 박고 이를 강행규정으로 해석하여 상대방이 알았건 몰랐건 무효로 하는 재건축, 재개발조합과도 다르다.

분양가 절감 실익은 점점 줄고 부작용만 많아진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이참에 대대적으로 손 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재건축, 재개발조합과 동등한 수준의 법적 보호는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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