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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군사법 개혁’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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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못 느끼십니까?” 이러한 전조는 우리 경제 뿐 아니라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군에서도 감지된다. 조만간 시행되는 새로운 군사법 제도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대한 현실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민통제·문민우위의 원칙과 정치적 중립 원칙에 충실하고자 함인지 군은 입법과정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문제 제기, 대안 제시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개혁’의 명분하에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공포된 이래 9개월 남짓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새 제도 시행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보다 걱정이 앞선다. 새 제도를 통해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군인 피고인, 피의자의 형사법적 기본권이 실질적으로 향상되고 피해자 권리 구제 등 온전한 회복적 사법이 구현될 것인지,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우리 군 공동체는 강군으로 거듭나고 나라와 사회는 보다 더 안전하고 건강해질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

해방과 미 군정기를 거쳐 정부 수립과 창군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군사법원 제도(군검찰, 군사경찰 등 군 수사 제도와 함께 이를 ‘군사법 제도’로 통칭한다)에는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소위 ‘지휘관 중심 처벌 기제’에서 ‘보편적 민주 사법’으로의 전환, ‘군사법제도의 축소(내지 폐지)’의 과정이었다. 헌법적 근거가 취약한 국방경비법에 따른 단심제 군법회의 체제에서 출발하여 헌법에 기반하여 재판의 실질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군사법원법에 근거한 군사법원 체제로 부단히 발전해온 것이다.

그런데 7월 1일 시행될 신 군사법제도는 지금까지의 점진적 발전의 틀을 과감히 뛰어 넘어,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고 그 기능을 서울고등법원에 부여하였으며 1심 재판에 있어서도 군인의 성폭력범죄, 사망 관련 범죄, 신분 취득전 범죄에 대한 재판권을 군사법원이 아닌 일반 법원이 행사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이들 범죄에 대해서는 군검찰, 군사경찰 등 군수사기관의 수사권이 배제되고, 검·경 수사권 분장 체계에 따라 경찰이 수사하게 된다.

정부입법에 의한 고등군사법원 폐지에 관한 논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3개 범죄 유형에 관한 군사법원의 재판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한 입법은 의회 권력의 군에 대한 극도의 불신 천명이고, 군조직 전체에 불명예를 안겨주는 상징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조치였다. 군 스스로 그 구성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온전히 보호하지 못하고 원초적, 비문명적 범죄인 성폭력범죄, 살인 등 사망사건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취약 집단이며 해당 범죄 예방 및 수사 처벌의 의지와 능력을 결여하였다는 선고에 다름 아니다. 바뀐 제도가 갖는 위하력, 억지력을 기대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낙인으로 인하여 군은 해당 범죄 유형에 대한 자율적, 능동적 대처 역량을 성장시키지 못하고, 책임감과 자신감을 상실하면서 한층 더 무력하고 수세적인 집단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사람이 사망하거나 사망에 이른 경우 그 원인이 되는 범죄'의 개념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여 훈련, 작전 등 군 본연의 임무수행이 위축될 염려가 있다. 신분 취득전 범죄에 대한 군의 전속적 재판권과 수사권을 박탈함으로써 사건 당사자는 물론 동료들의 군인으로서의 정체성, 소속감, 일체감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킬 가능성 또한 크다.

더욱이 3개 유형 범죄와 '경합범 관계에 있는 죄' 일체에 대한 재판권과 수사권마저 군에서 배제함으로써 군사법원의 재판기능과 군 수사기관의 수사기능은 형해화되었다(이미 장성급 장교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공수처에 있다). 신 군사법체계는 군사법원의 독립성 강화와 함께 군검찰 등 군수사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마련하였는데, 앞으로 대포로 파리나 잡는 견문발검(見蚊拔劍)의 우스꽝스런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민간 수사, 재판의 구체적 실행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담과 부작용이 수반될 것이다. 해당 범죄 수사를 위한 경찰의 피의자, 참고인 등의 소환·신문, 체포·구속, 군부대 등 현장 출입·조사 등 과정에서 당사자가 응당 감수하여야 하는 부담과 별개로, 수많은 퍼즐을 연결하여 일체를 이루는 군의 속성상 사건과 무관한 동료, 부대 지휘·관리 책임자들의 연쇄적 부담이 커질 것이다.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도 피고인에 대한 군의 적시적이면서도 지속적인 인사 인력 관리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이다. 수사와 재판이 종결되고 군인 피의자, 피고인이 무혐의, 무죄 등 확정으로 군에 복귀하는 경우에도 그들의 재적응이 더디거나 불가능할 수 있고, 그로 인한 소속 부대 전체의 사기와 결속력, 전투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자율적 문제 해결 역량을 갖지 못한 집단은 발전할 수 없다. ‘군사법개혁’의 궁극적 목표는 군을 강화하는 것이지, 군을 약화시키고자 함이 아닐 것이다. 군사법기관(군인에 대한 재판권, 수사권을 행사하는 일체의 기관)은 그 종사자를 위한 것이 아니고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군사법기관은 군을 취약하게 만들고, 허약한 군대는 국가와 사회의 붕괴를 가져온다. 시행착오를 통한 교훈도 뒤늦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칼을 보습으로, 창을 낫으로 바꾸는' 날은 ‘마지막 때에’(In days to come) 올 뿐이다. 지금은 칼과 창을 벼려 전쟁에 대비하여 평화를 지켜야 한다. 양심과 신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도 공동체는 굳건히 유지되어야 한다.


최재석 변호사(前 고등군사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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