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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롤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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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롤링(crawling)은 '기다'라는 뜻의 crawl의 명사형인데, 소프트웨어와 같은 무언가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해 오는 작업을 의미하고, 그러한 작업을 하는 소프트웨어를 크롤러라고 한다. 월드와이드웹에서 웹페이지의 데이터를 '긁어' 오는 행위를 스크래이핑이라고도 하는데 대체로 유사한 의미이다. 그런데, 크롤링을 통하여 다른 이가 보유한 정보를 가져오는 행위, 그리고 이렇게 가져온 정보를 자신을 위하여 사용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많은 논쟁이 있어 왔다.


최근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저작권법 위반, 컴퓨터등장애 업무방해죄의 혐의로 기소된 크롤링 행위자에 대하여 무죄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도1533 판결). 이 사건은 1심은 허락받지 않은 크롤링 행위에 대하여(거의 대부분의 크롤링은 허락받지 않고 이루어진다) 형사상 책임을 인정하였는데, 2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13. 선고 2020노611 판결)은 이를 뒤집고 해당 행위가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데이터베이스를 일부 복제한 것은 맞지만 이러한 행위가 통상적인 이용과 충돌하거나 피해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업무방해죄에 대하여도 검색을 위하여 입력한 명령 구문이 서버의 본래 목적과 상이한 부정한 명령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확인한 것이다.

한편, 형사 2심 판단이 내려진 이후 동일한 당사자간의 손해배상소송 1심은 크롤러의 행위가 성과도용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10억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8. 19. 선고 2018가합508729 판결). 일반화하기는 다소 부족한 상황이나 현재 크롤링에 대한 형사책임은 부정되었지만 민사상 책임은 인정된 상황인데, 이후 민사책임에 대한 법원의 입장이 그대로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형사책임과 동일하게 부인될 것인지는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도 유사한 케이스가 있었고(HiQ Labs 사건), 이 사건에서도 공개된 데이터에 대한 크롤링 행위의 위법성을 부인한 바 있다. 최근 데이터 기본법의 제정과 부정경쟁방지법 카목 추가 등을 통하여 데이터자산을 보호함과 동시에 그 활용 가능성도 넓히려는 추세이기도 하다. 자본과 노력을 투입한 사업자의 정당한 이익의 보호와 시장 내에서의 공정한 경쟁, 그리고 이용자인 일반 시민들의 편익 증대라는 공익이 조화롭게 고려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태욱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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