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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강제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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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VR 기기를 착용하고 있던 검사님이 갑자기 흠칫 놀라며 몸을 뒤로 뺍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현실 공간, 메타버스에 접속해 있던 검사님 옆으로 모르는 남자의 아바타가 갑자기 스윽 다가오더니 몸을 밀착한 것입니다(설정 아니었습니다).


평소 "에이, 애들 게임이지 성폭력은 무슨…"이라고 말해오던 검사님은 정색을 하며 단호히 말씀하셨습니다. "이건 처벌해야겠는데요."

검찰 AI·블록체인 커뮤니티는 지난 5월, 메타버스 환경에서 성폭력범죄를 시연하는 연구모임을 개최하였습니다. 가해자 아바타, 피해자 아바타를 설정하고 VR 환경에서 강제추행 범죄를 시연해보고, 공연음란 범죄도 시연해보았습니다.

대다수 구성원들은 VR 없는 모니터 환경의 강제추행 시연에서 '불쾌감' '짜증'을 호소하였는데 VR기기를 착용한 환경에서는 '성적 수치심'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까지 호소하였습니다.

VR체험을 하기 전, 모임 주제(메타버스 공간 성폭력범죄)에 대하여 부정적이던 구성원들은 눈앞에서 성폭력범죄 체험을 하자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느낌을 가졌다고 합니다. '내 생각보다 기술 발전이 정말 빠르구나', '세상이 이렇게 빨리 바뀌고 있는데 지금 알고 있는 내 법지식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렵겠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햅틱 기능(촉각)을 구현한 VR기술을 개발하였고, 최근 미국에서는 초음파를 이용하여 실제 키스와 유사한 촉감을 구현한 입술 촉감기술도 개발했다고 합니다.

세상은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빨리 변하고 있는데 우리 형사소송법에는 여전히 '비디오테이프' '녹음테이프' '컴퓨터용 디스크'라는 표현이 2022년 오늘에도 남아있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테이프가 무엇인지나 알까요. 대부분 PC에 디스크(CD, DVD를 포함) 기능이 없어진 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입법부도 과거에 매인 소모적인 논의를 벗어나 'AI기술과 형사사법체계' 'VR조사의 증거능력' '메타버스 내 성폭력범죄의 형사법적 규제' '아바타의 형사법적 지위'와 같은, 미래를 바라보는 형사법 개정 논의를 활발하게 해나간다면 참 좋겠습니다.


차호동 검사(대구지방검찰청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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