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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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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갔다! 첫 이글이다. 미국에서 허공을 향해 외쳤던 이글을 드디어 홈그라운드에서 동반자와 캐디가 지켜보는 중에 해냈다. 그간의 골프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새까맣게 그을린 채 미국 연수에서 돌아온 직후, 골프 유학을 다녀온 게 아니냐는 놀림을 받으며 나간 첫 라운딩에서 미스 샷을 연발하며 연수기간 동안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음을 몸소 입증해보인 나였다. 아메리칸 다운블로우를 보여주겠다고 큰소리치면서도 정작 OB를 걱정하며 번트만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부족하나마 꾸준히 시간을 쪼개 노력한 끝에 드디어 사람들과 어울릴 정도의 수준에는 이르게 된 것이다.

 

타석에 들어설 때면 항상 완벽한 샷을 꿈꿨다. 몇 가지 골프 교재를 섭렵했고, 국내외 유명한 교습가의 이론도 익혔으며, 적지 않은 골프 라운딩을 통해 실전 경험도 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을 줄여 쌓아온 노력이 이제 결실을 맺을 때가 되었다고 기대할 때면, 어김없이 냉혹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골프는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고,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스윙을 해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스윙의 원리를 이해하고서는 내 스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인지하지 못했다. 문제점을 알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았지만, 해결할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다. 심지어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도 있다.

 

사건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어떤 것을 쟁점으로 잡고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알기가 어려웠다. 연차가 쌓이고 전문 분야 사건들을 지속적으로 다루고 공부하면서 시나브로 실력이 향상되어 사건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본질을 알아도 패소하는 사건이 있고, 본질을 알고 나니 더욱 이기기 어려워 보이는 사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완벽한 해결을 꿈꾼다. 실제로, 내가 세운 전략과 내가 쓴 서면이 완벽해 보일 때가 있다. 오랜 시간 정성스레 전략을 세우고 서면을 쓰다보면 어느 순간 도취되어 객관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며칠 뒤 다시 본 서면에 오타가 발견되거나 더 좋은 전략이 생각나는 것을 보면, 분명 당시에도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것은 맞다. 그리고 이렇게 완벽하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업무처리가 여러 번 반복되는 과정에서 전략과 서면의 완성도가 높아져갔다. 5년 째 희망을 품었다가 현실에 실망하며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고 있지만, 다행히도 스코어는 어느덧 남들과 어울릴 정도의 수준이 된 것처럼 말이다. 오늘도 나는 다시금 환상적인 순간을 맞이할 날을 꿈꾸며 완벽하지 않은 완벽함을 반복한다.



조웅규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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