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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법조는 몇 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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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행정과 관료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 고 이건희 삼성 그룹회장이 1995년 중국 베이징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당시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들의 심기를 꽤나 불편하게 했을 법한 말이다.


27년이 지났다. 삼성을 비롯하여 세계 일류, 초일류로 자리 매김한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생겨났다.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조선 등 공산품뿐만 아니라 음악, 영화 등 소프트파워(soft power)에 있어서도 (초)일류의 수준에 도달하는 기업,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치나 행정, 관료조직, 특히 정치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후한 평가를 하는 분들은 드물 것 같다. 지역, 성별, 재산의 과소, 지지 정당에 따른 갈등은 매우 심하고, 정치인들은 득표를 위해 이를 이용한다. 행정이나 관료조직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정치세력의 교체에 따라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정치나 행정, 관료조직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정치, 행정, 관료조직이 그렇다면 한국의 법조는 몇 류인가? 법조계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일류라고 자답하고 싶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갈등 해결의 주체로서, 가장 안정적인 사회자본이어야 할 법조계는 오히려 갈등의 대상 내지 갈등 해결이 아닌 갈등의 주체로서 국민에게 불안감을 준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우리 법조는 최근 몇 년 사이 전직 대법원장의 구속이라는 믿기 어려운 사건을 겪었고, 그로 인한 후속 사건들, 이어서 법무장관의 임명에 대한 찬반으로 인한 혹독한 갈등의 시간을 겪었다. 최근에는 여야의 극심한 대립속에서 수사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검수완박' 입법도 이루어졌다.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1993년 프랑크푸르트 삼성 그룹 임원 회의의 영상을 구해서 본 적이 있다. 여러가지 인상 깊은 대목이 있었지만 "많이 바뀔 사람은 많이 바꿔. 많이 기여해. 적게 밖에 못 바뀔 사람은 적게 바뀌어서 적게 기여해. 그러나 남의 뒷다리는 잡지 말라 이거야"라는 일성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가 더 이상 법조의 뒷다리를 잡지 않았으면 좋겠다. 법조도 세계 일류가 될 것이다.


김홍중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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