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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변리사 소송대리 허용하는 변리사법 개정 반대한다

지난 달 12일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를 허용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산자위를 통과하자 법조계와 변리사업계에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특허청과 변리사업계는 법사위의 조속한 심의와 본회의 통과를 주장하는 반면, 변호사업계와 전국의 로스쿨들은 개정안의 폐기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이처럼 법안을 두고 변호사업계와 변리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데도 국회가 '검수완박법' 입법과정에서처럼 여론수렴이나 공론화 과정을 생략하고 졸속으로 처리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변리사법 개정안에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 민사소송법 제87조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해 변호사 소송대리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소송법이 아닌 다른 개별 법률을 통해 변호사가 아닌 자의 소송대리를 허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소송대리는 소의 제기, 변론, 상고, 증거신청 및 증인신문 등 소송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송행위의 포괄적 대리행위이고 고도의 법률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특정 분야의 전문성만을 가진 변리사에게 소송대리를 허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특히 로스쿨 수료와 변호사시험 합격으로 대변되는 지금의 변호사 양성과정은 수십 년에 걸친 사법개혁 논의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국민적 합의의 결과다. 변리사법 개정안은 변리사 자격을 가진 자가 소정의 법률교육을 이수하게 되면 소송대리를 허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이것이 기존 변호사 양성과정과 동일시되거나 대체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국가의 정책을 믿고 로스쿨을 다니고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많은 젊은 변호사와 예비 변호사들의 신뢰를 배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편, 변호사업계에서는 이번 변리사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직역침탈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전문성만을 근거로 소송대리를 허용할 경우 법률 유사직역인 회계사, 세무사, 노무사들의 소송대리도 허용해 주어야 할 것이고, 의료사건에는 의사나 간호사가, 행정사건에는 행정사가 소송대리를 하는 것도 막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법원행정처도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하여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례에 따르더라도 변리사법에서 규정하는 변리사의 업무범위에는 민사소송에 해당하는 특허침해소송의 대리업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무부 역시 이번 개정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와중에 지난 달 31일 취임한 이인실 신임 특허청장은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천명하여 변리사법 개정 논란의 불을 지피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의 소송대리 원칙은 수십 년 간 이어진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중요한 근간이다. 국회는 변리사의 민사사건 소송대리를 허용하는 이번 개정안을 신중하게 심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