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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뜬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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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U부장에 시달리고 야근에 지친 A판사가 법원 옥상 문을 열고 몸을 던진다. 바닥에 두어번 튕기는 느낌이 영 좋지 않다. 이제 더 버티기 힘들 것 같다. 


이 놈의 퇴물 조비 S4로는 설악면 1000m 상공 아파트까지 출퇴근하는게 점점 버거워진다. 오른쪽 틸트로터와 에어쇼바가 낡을대로 낡아 한번에 매끄럽게 takeoff가 안되고 튕기기까지 한다. 공역 투기에 성공한 졸부 장모가 우면동 500m 상공 새 아파트와 베셀 신형 GV80을 사준다고 할 때 자존심 굽히고 받을 걸 하는 후회가 몰려든다. 늦게 버티포트에 올라온 M부장은 벌써 파이버프로 EX-9을 타고 씽하니 출발해 버렸다. 


비싼 밥 먹고 헛소리한다고 나무라지 마시라. 조금만 관심을 두면 UAM 시대가 바로 눈앞이라는 언론보도가 넘쳐난다. 미국은 수직이착륙 5인승 기체(eVTOL)를 시험운항하는 조비 에이비에이션을 선두로 여러 회사가 경쟁 중이고, FAA 주도로 관련 법규 정비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2025년 UAM 상용화를 정책목표로 내세웠고 현대 등 거대 기업들이 앞다퉈 이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으며, EU나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대항항해가 가능한 선박은 콜럼버스의 신대륙발견을 불러와 인류의 지평선을 바다 너머로 넓혔다. 뒤이은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의 mobility는 넓혀진 지평선을 빠르고도 조밀하게 채워 인류의 2차원적 팽창을 완성했다. 


초기 UAM은 지상의 한 점과 다른 점을 빠르게 연결하는 비행기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기체의 대중화와 조종의 간이화가 극도로 고도화된 UAM은 지상과 하늘을, 하늘과 하늘을 연결해 차원이 다른 세상을 펼쳐보일 것이다. 땅을 기던 인류를 하늘을 걷는 인류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마음대로 날게 된 사람들은 처음에는 구름 옆 전망대나 휴게소와의 도킹만으로도 신기해하겠지만 이게 성공하면 고정공역에 띄운 거주시설에 살며 이웃 비행체에 쇼핑하고 놀러 다니려 할 것이다.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나 토양 또는 지표면 대기오염에 대한 우려는 이런 시도를 한층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 


어릴 적 만화 속 손목시계 영상통화 장면을 내 생애에 실제 볼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이 되어 있다. 인류의 무한한 잠재력은 새로운 동력원과 소재를 개발하고 방재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앞서 말한 UAM출퇴근 장면을 현실화시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를 위해 우리 법조인들은 한편으론 얽히고 섥힌 각종 낡은 규제를 풀어헤치고 다른 한편으론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기준을 신속히 설정함으로써 A판사의 '하얀 쪽배'가 돛대도 삿대도 없이 푸른 하늘 곳곳을 잘 다닐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김병철 부장판사(서울동부지방법원)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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