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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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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이 주요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 정보 수집·관리 권한(인사 검증 권한)을 위탁받아 행사하도록 하는 대통령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몇 가지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입법예고로부터 일주일 만에 처리됐습니다. 정치권에서 여야로 갈려 논란이 되는 사안이라 언급을 자제해야 하나, 사법권 독립과 관련된 부분이 있어 사법부를 구성하는 한 명의 법관으로서 부득이 한마디 보탭니다.


"정치권력의 내밀한 비밀 업무에서 감시받는 통상 업무로 전환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볼 여지도 있습니다. 다만 그 말씀에 100% 공감하려면 대통령비서실의 인사 검증은 제도적으로 폐지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개정안은 인사혁신처로부터 검증 업무를 위탁받는 대상에 대통령비서실장은 그대로 두고 법무부장관을 추가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자칫하면 '시어머니'가 둘이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장, 대법관 임명에 검찰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습니다. 인사정보관리단장에는 검사를 앉힐 수 있게 했고, 그 구성원으로도 검사 세 명을 포함시켰습니다. 대통령비서실이 인사 검증을 할 때도 검찰 출신이 그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누구보다 더 잘 아시다시피 그 때는 적어도 형식적으로나마 '사표'를 쓰고 가게 했지 않습니까. 사법부 구성에 검찰이 개입할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과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법무부장관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이기도 합니다. (한 장관은 그런 일을 할 분이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만) 혹시라도 법무부장관이 인사정보관리단을 통해 수집한 검증 자료와 검찰이 확보한 범죄정보 자료를 넘겨받아, 대법관 추천 단계에서부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듭니다.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실 컴퓨터가 압수수색 당했던 아픈 과거 때문에 검찰이 대다수 판사들의 인사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괴담'은 여전히 돌고 있습니다(물론 저는 그 괴담을 믿지 않습니다).

늘 공적인 권한은 그것을 가장 그릇된 방식으로 행사하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설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지금 한 장관의 머릿속에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바로 '그 사람'이 만약 법무부장관으로서 인사 검증 업무를 관장하는 것과 동시에 그것을 바탕으로 대법관 추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 번 상상해보십시오. 그 경우에도 과연 국민들께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들어 드렸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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