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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지금은 청년시대]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진술외 증거가 없는 범죄 : 성범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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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은 하도 이슈가 많아서 뭐 하나 승패의 향방을 갈랐다고 볼 만한 핵심은 없는 거 같다. 그러나 필자 개인적으로는 기존에 맡았던 사건들 때문인지, 안희정 전 지사 이슈가 기억에 남는다. 다만, 이 이야기는 안 전 지사에 대한 유무죄에 대한 것도 아니고 2차 가해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단지 같은 사안을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달라지는 현실 상황에 비추어, 증거가 없을 때 제3자가 어떻게 진실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에서 비롯된 글이다. 그리고 그 고민의 끝은 나는 지금 진실을 제대로 보는 게 맞는가에 대한 현실적인 의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사건은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 역시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향후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는 극도로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뇌물 사건의 경우 뇌물을 계좌이체로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성범죄의 경우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장소나 혹은 CCTV 밑에서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것 외에도 살인이나 강도 역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기에, 최근 형사범죄는 사실 명확한 증거가 바로 드러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피해자의 진술이나 가해자의 진술로 심증을 형성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성범죄의 경우 가장 크게 다가온다.

 
성범죄는 범죄의 성격상 증거가 존재하기 어렵다. 심지어 사실관계를 확정하기도 어렵다. 진실은 하나일 텐데 진술이 너무 상이하게 엇갈린다. 사실관계의 일부만 일치할 뿐 구체적인 내용은 전부 다르다. 서로가 서로를 거짓말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판사는 도대체 어떤 진술이 진실이라고 결정해야 할까? 동전을 던져 앞뒤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면 어려워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서 그럴까? 최근 법원의 유죄 판결문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판결이 피해자가 특별히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그럴 만한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이 안에서 필자는 법원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거짓 진술인지 여부를 판단했는지 알 길이 없다. 물론, 어떤 재판부는 피의자 진술을 믿지 못 할 사정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판결문을 내려주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딱히 내용이 없이 그냥 유죄라고만 설시되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항소심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성범죄가 이렇게 된 이유는 다양하게 찾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피해자에 대한 더 적극적인 보호를 하지 못했던 과거를 반성하는 측면이 크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은 필자 역시 당연히 찬성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그 취지가 퇴색이 된다면, 이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는 필요로 할 것이다. 피해자의 진술이 진실이라는 근거 외에도 피의자(또는 피고인)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근거를 명확히 판단할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아마 지속적으로 고통받는 피해자 뿐만 아니라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피의자(또는 피고인)가 나올 것이며, 재판부의 고심 어린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이 아닌 인간이 완벽한 진실을 찾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최소한 내가 진실을 위해서 이러한 노력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 과정을 본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 노력을 인정하는 상황까지는 이루어져야 우리나라 사법제도를 조금 더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민수 변호사(법률사무소 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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