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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늪에 빠진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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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범죄피해와 가해자 처벌을 호소했다가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고소·고발인들이 늘고 있다. 검사 수사지휘권 폐지, 수사·기소 분리를 전제로 한 수사권 조정 등 일련의 검찰개혁으로 수사단계 전반을 책임져온 검사의 수사지휘력이 크게 약해지면서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진 탓이다.<법률신문 2022년 5월 26일자 1면 참고>


경찰이 사건을 송치(구 기소의견) 또는 송부(구 불기소의견) 하기 전까지 검사는 원칙적으로 대부분의 사건을 들여다 볼 수 없다. 간혹 사건의 문제점을 발견하더라도 수사지휘가 폐지됐기 때문에 경찰에 개선을 지시할 수 없고 부탁해야 한다. 경찰이 협조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범죄피해자들에게 돌아간다. 운좋게 사명감 있고 전문성 있는 경찰수사관을 만나면 다행이지만 모두가 그런 행운을 얻지는 못한다.

범죄피해를 호소하는 고소·고발인과 이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경찰 단계에서 뚜렷한 이유도 없이 사건이 지연되는 일이 다반사라는 말이 터져 나온 지 이미 오래다. 범죄피해자를 위한 경찰 수사가 오히려 늪이 되고 복불복 게임이 되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검수완박법이 9월부터 시행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우선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가 더 줄어든다. 또 경찰이 종결한 사건에 문제가 있더라도 검사가 보완수사를 위해 검토할 수 있는 범위는 '(원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라는 모호한 경계에 발이 묶인다. 검찰과 경찰 간, 지역 경찰서 간, 담당 수사관 간 칸막이가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검찰과 경찰이 함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란 국민의 신뢰와 믿음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기범죄 피해자는 "고소·고발만으로는 정교한 수사나 납득가능한 종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진정이나 민원을 계속 내는 등 경찰을 귀찮게 해야 움직이는 척이라도 한다"며 "나를 포함해 피해자가 500명쯤 되는데, 일부라도 피해액을 돌려 받은 사람은 나뿐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증거를 모으고, 경찰서 문턱이 닳도록 찾아가고, 진정을 넣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가해자는 그를 역고소를 했다가 취하한 뒤 그에게만 합의를 제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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