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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판례 변경에 대한 '기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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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이 항소를 하지 않고 곧바로 비약적 상고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심 판결에 대해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검사는 항소를 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도 항소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는 항소로서 효력이 없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피고인은 다툴 수 없다고 한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은 제373조의 적용으로 '상고'의 효력을 잃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해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할 수 있는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고려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범위 내의 해석"이라고 판시했다. 피고인의 방어권과 재판청구권 보장을 한층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피고인들이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는 실제 이유를 간과한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변호사는 "통영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피고인 가운데 비약적 상고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항소를 하면 시설이 좋은 통영구치소에서 시설이 열악한 창원구치소로 이감되기 때문에 그게 싫어 비약적 상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의 계기가 된 비약적 상고도 통영지원 사건이었다.

한 부장판사도 "통영지원 판결에 불복해 제기된 비약적 상고가 다른 데 비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합 판결에 이 같은 실무 사정이 제대로 고려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 판사는 "비약적 상고에 항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예외적인 절차인 만큼 피고인이 신중하게 판단해 신청하도록 한 측면도 있는데, 이번 판결로 불이익이 없어졌으니 비약적 상고가 남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을 보면 기시감이 든다. 헌법재판소가 2008년 6월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를 형기에 포함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구 형법 제57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법원에는 피고인의 상소가 넘쳐났다. 피고인들이 시설 좋은 구치소에 있을 목적으로 비약적 상고를 남발하지 않도록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