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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온라인 명예훼손죄의 한계와 개정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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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SNS,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 활동의 급증과 함께 온라인 상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 간의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해 치열한 논의가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비방의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허위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제2항)뿐 아니라, 비방의 목적으로 사실을 드러내어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제1항)에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허위사실이나 악플에 의한 명예훼손을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주장하는 것까지 예외 없이 처벌할 것인지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의 보호 차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자신의 저작권이 침해당하였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손해배상소송을 한 작가를 대리한 적이 있었는데, 침해자는 대형로펌을 선임하고 합의를 제안하였다. 그런데 작가가 그 합의조건에 동의하지 않자 침해자는 "합의하고 당장 게시글을 삭제하지 않으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고 수억원의 손해배상소송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작가는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여 합의에 응하였다.

판례는 정보통신망법상 '비방의 목적'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명예훼손죄를 신중하게 적용하고 있다. 최근 SNS에 '예전 직장 대표가 직원에게 술을 강권했다'는 글을 게시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글을 게시한 주요 목적이나 동기가 직장 갑질이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에도 존재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이유로 무죄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0도15738 판결). 그러나 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규정이 있는 이상, 이 규정은 가해자에게 피해자를 압박하는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위 사안에서도 파기 전 원심은 유죄 판결). 그 결과 피해자가 가해자로 입장이 바뀌어 억울한 법적 책임을 부담하거나 2차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비방의 목적을 부정한다고 해석한다면, 피해자 개인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형사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범죄자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의 피해사실 주장까지 형사처벌하는 것은 정의와 상식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이 경우엔 면책되도록 하는 개정이 필요하다.

한편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장이 허위라고 하면서 명예훼손 고소를 하는 경우, 나중에 피해자 주장이 사실임이 밝혀지더라도 현행법상 가해자에게 별다른 규제를 가하지 않기 때문에 가해자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고소를 피해자를 더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피해자는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겠지만 실제 기소나 유죄판결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2차, 3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피해자는 가해자의 명예훼손 고소에 시달리다가 중도에 포기하곤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허위사실이 아님에도 피해자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고소를 한 가해자에게 특별한 불이익을 주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예컨대 법정손해배상, 고의 추정 또는 입증책임 전환 등).

이제 피해자의 입장에서 명예훼손죄 규정을 다시 살펴볼 때가 되었다.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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