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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사라지는 '법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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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사회적 가치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사는 지난 70여년간 다양한 상황과 이해관계가 얽힌 형사사건의 진행 방향을 능동적으로 판단해왔다. 범죄를 처벌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건 기록 이면에 있는 당사자들의 속사정을 살펴 인권침해를 막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역할도 해왔다. 딱한 사정이 있으면 선처를 통해 계도하거나 지원하는 등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4개월 뒤 검사의 손발이 묶이고, 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을 재개하면 검사는 기록만으로 사건을 대해야 한다. 검찰 단계가 기계적으로 사건이 처리되는 영혼 없는 컨베이어 벨트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수사·기소 분리만을 전제로 추진된 검찰개혁을 두고 법조계에서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책임감을 증발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심 사건 전문가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21년 전 탄원서를 위조했습니다'로 시작되는 글을 올려 이 같은 문제를 통렬하게 지적했다. 자신의 가족이 휘말린 형사사건을 안타깝게 여긴 주임검사가 상부를 설득해 선처한 사례를 설명하며 "책임을 갖고 수사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고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선처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검수완박법은) 내 일이 아니고 내 책임이 아니라는 생각, 괜히 오해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 등을 (검사들에게) 확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화가 확산된 후 다시 바로 잡는다는 것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검찰권 남용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내가 왜 그런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눈물 없는 검사, '나는 그걸 할 수 없다'고 토로하는 맥 없는 검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검찰의 공익적 기능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된다. 무력감과 무책임은 암처럼 검찰 조직 전체에 퍼져 형사 펀더멘탈(체질)을 바꾸고 기소와 공소유지 업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법의 눈물이 마르고 있다. 우리 사회가 메마르고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