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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국회의 권위와 팔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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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 푸세요."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김경율 회계사에게 박광온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렇게 요구했다. 김 회계사가 물러서지 않고, "이런 자세가 안 됩니까?"라고 반문해서 위원장과 같은 당 소속 위원들 여러 명이 증인의 태도를 꾸짖느라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국회에서 벌어진 '팔짱' 논란을 보면서 나는 지난해 가을쯤 한 일간지에 게재됐던 '법정의 존엄과 팔짱?'이라는 글이 생각났다. 요는 이렇다. 글쓴이인 임재성 변호사가 어느 법정 방청석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 판결 선고에 집중하고 있었다. 법원 보안관리대원이 다가와 팔짱을 풀라는 요구를 하였는데, 임 변호사는 그 요구가 법령상 아무런 근거가 없는 부당한 것이라고 확신하여 법원 당국에 문제제기를 했다. 그런데 오히려 통상적인 업무처리방식이라는 답변이 돌아와 황당했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의 글은 당시 업무 이외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점심시간 등에 판사들 사이에서 꽤나 회자되었다. 반응은 다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는 '법정의 존엄(법원조직법 제58조 제2항)'이 반드시 방청석에 있는 사람들의 바른 자세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만일 재판장으로서 이 법조항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더라도, 굳이 사람들 앉는 자세까지 왈가왈부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법정은 지금보다 더 자유로운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판당사자나 사건 관계인들이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마음껏 할 수 있어야지 그 과정에서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단초들을 더 많이 얻게 될 것으로 믿는 쪽이다. 사법행정자문회의가 추진하는 '새로운 법정' 모델에도 '자유로움'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었으면 한다.

국회 법사위의 박 위원장은 아마 증인으로 나온 김 회계사의 '바르지 못한' 자세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권위를 훼손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국회의 권위는 헌법 정신에 들어맞고 국민들이 널리 수긍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법을 세우는 데서 나오는 것이지 팔짱 낀 채 국회의원을 노려보는 증인을 혼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법정의 존엄이 진실에 다가가려는 법관들의 진지한 노력과 그 진실에 터 잡은 올바른 판결로만 바로 설 수 있는 것처럼.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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