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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법’의 위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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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헌법상 민주주의 원칙 위반

이번 국회의 검수완박법 입법행위는 무엇보다도 헌법상 민주주의 원칙에 위반되었다. 우리 헌법의 최고원리인 민주주의 원칙은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을 핵심으로 하지만, 이 다수결은 단순히 국회의원들의 정파별 머리수로만 결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작동시키는 기술적 원리로서의 다수결은 '상호 토론과 설득과정'을 전제로 하며 이러한 절차적 과정을 무시한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정치적 기술로서 인정된 다수결의 원리에 해당하지 않으며 헌법상 허용될 수 없다.

몇 년 전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라고 하여 국회법을 개정하고 법사위 안건조정위에서 일정한 조정기간을 의무적으로 가지게 한 것이나 본회의에서 무제한토론을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은 모두 이러한 민주주의 원칙에 의한 다수결이 국회법상 보장되도록 한 취지에서이다.

이번 검수완박법의 입법과정은 다수당인 여당이 대통령의 임기만료를 불과 2주일 앞둔 상태에서 동 임기만료 전 이 법의 통과를 밀어붙이기 위해서 이른바 '꼼수 사보임'과 '위장 탈당' 및 '회기 쪼개기'의 탈법적 방법으로 국회법이 소수파를 위하여 보장한 토론과 설득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단순 표결로 입법을 강행하고 있다. 누가 보아도 의도가 뻔한 이런 형식적 다수결 처리는 헌법의 핵심원칙인 민주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민주주의 원칙 위반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입법행위로서 국민의 뜻이므로 다른 국가기관은 이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주장으로 덮기 어려운 중대한 헌법위반이다.


2.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 위반

적법절차의 원칙은 국민의 생명과 자유 및 재산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준수되어야 할 우리 헌법의 기본 원칙으로서 그 준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법률 시행 전에 이행되어야 할 절차가 어떠한 내용과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헌재는 적법절차 원칙의 절차적 요청 중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를 행할 것, 의견 자료 제출의 기회를 부여할 것,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는 청문의 기회를 부여할 것 등을 들면서 당해 사안의 구체적 제반 요소들을 고려하여 절차적 요구를 판단되어야 한다고 본다(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검수완박법은 건국 이래 유지되어온 검찰수사 제도를 대부분 폐지하여 우리 형사사법체제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중차대한 내용을 가진 것으로, 이 법이 시행되면 각종 범죄로부터 자유와 재산을 방어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권익에 현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법률 내용의 기본권 침해 관련성과 중대성에 고려할 때 검찰과 경찰 기타 수사 관련 기관들과 관련 시민단체 및 형사사법 전문가 등에게 법개정 취지를 고지하고 의견과 자료 제출 등 과정을 이행하고 관련기관과 전문가 등이 모여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 정도의 절차는 적법절차의 원칙상 반드시 요구된다.

그러나 검수완박법을 추진하는 국회의 다수당은 며칠 남지 않은 대통령의 임기 내에 이를 실현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예정된 시간표에 따라 국가의 형사사법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관계 당사자 의견 제출의 기회 부여, 청문회의 개최 등 헌법상 요구되는 절차를 전혀 이행하지 아니하고 이들과 국민의 여론 등은 완전히 무시되었는바, 이는 헌법상 요구되는 적법절차 위반이다.


3. 헌법상 제도적 보장의 위반

헌법상 제도적 보장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 법률만능주의가 팽배하여 근대입헌주의에 부합하는 역사적 전통적 제도들이 단지 헌법에 규정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법률로서 폐지 변경되는 폐해를 목도하고 이를 막기 위하여 발전한 헌법적 원칙이다. 즉 제도적 보장의 본래의 취지는 일정한 제도에 대한 입법자의 위헌적 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제도적 보장'을 헌법상 제도로 인정하면서 '제도적 보장은 주관적 권리가 아닌 객관적 법규범이라는 점에서 기본권과 구별되지만 헌법에 의하여 일정한 제도가 보장되면 입법자는 그 제도를 설정하고 유지할 입법의무를 지게 될 뿐만 아니라 헌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법률로서 이를 폐지할 수 없고 비록 내용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한다(헌재 1997. 4. 24. 선고 95헌바48). 헌재 판례와 통설을 통해 보면 직업공무원제도, 지방자체제도, 사유재산제도, 복수정당제도, 민주적 선거제도, 민주적 교육제도, 민주적 군사제도, 민주적 혼인·가족제도 등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주적 검찰제도'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한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래 인정되어온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의 하나이고, 헌법제정권력자인 국민의 결단에 의하여 도입되어 유지되어온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적 검찰제도는 국민의 생명·자유와 재산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형사사법 실무에 있어서 인권과 법으로 교육되고 훈련된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수사와 기소의 주재자로서 기능하도록 하여 형사법 집행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기하고 인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수사권의 주체인 검사가 국민의 인권보장의 주체로 기능하는 것은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12조 제3항, 주거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16조에서 반드시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서만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헌법은 검사에게 범죄 수사에 있어서 인권보장 주체로서의 지위를 밝힘과 아울러 민주적 검찰제도의 제도적 보장을 분명히 한 조항으로 해석된다. 즉 헌법의 개정 없이는 검찰수사제도의 본질적 부분은 폐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① 법률전문가인 검사와 그 조직체인 검찰이 원칙적으로 일반 수사의 주재자이며, ② 검사 내지 검찰이 일반적 원칙적인 직접 수사권을 가지는 점 자체는 헌법이 인정한 검찰제도의 본질적, 핵심적 사항으로서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바이다. 또한 ③ 검사와 검찰의 수사권 자체를 일부 남겨 둔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가 사소하여 수사권의 주체로서의 검사와 검찰의 지위를 형해화할 정도의 것이라면 이것도 민주적 검찰제도의 제도적 보장의 핵심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문제된 검수완박법의 내용은 사법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제한된 보완수사 이외 검사 수사권의 완전 박탈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사소한 수사권을 잔존시키는 것 이외에는 검사 및 검찰 수사권을 형해화 내지 폐지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제도적 보장의 본질적 내용 침해에 해당한다. 이는 국회의 일반 입법에 의할 수 없으며, 오직 헌법개정에 의해서만 가능할 뿐이다.


4. 법체계 정당성 원칙의 위반

체계정당성의 원칙(Prinzip der Systemgerechtigkeit)이란 법규범 상호간에는 규범구조나 규범내용 면에서 서로 상치 내지 모순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헌법원칙인바, 국회의 입법기능은 법질서를 형성하는 규범창조의 기능이기 때문에 체계 정당성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체계 정당성의 원칙은 동일 법률에서는 물론이고 상이한 법률 간에도 그것이 수직적 관계이건 수평적 관계이건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입법기능에서 발견되는 체계정당성 원칙의 위반은 곧 법규범들의 수범자들 사이에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하게 되므로 결국 평등원칙 위반 또는 과잉금지 원칙 위반으로 귀착된다.

검수완박법은 형사소송 체계에서 허다한 상치와 모순을 발생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범죄 피해자 보호와 화이트컬러 범죄 수사에 공백 내지 방치 영역이 발생되도록 하여 형사사법체계와 형사소송의 공정한 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체계정당성 위반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의 선거범죄와 고위 공직자의 직권남용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이 박탈되는 데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양받을 수사기관이 제대로 창설될지 어떨지 알 수 없는 것은 명백히 법체계정당성을 위반한 것이다. 경찰이 수사종결한 사건에 대하여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하여 검찰의 수사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도 법률가인 검사의 시각에서 경찰의 수사종결의 법적 타당성을 심사할 수 없게 만들어 범죄수사에 대한 심각한 기회박탈이자 평등원칙 위반이다. 나아가 공정위 등 타 기관이 심사 중 범죄혐의를 발견할 경우 검찰에 고발하여 수사의뢰하도록 되어 있는데 검수완박법은 이러한 제도와 상충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일 뿐이지만 이러한 상치 모순점들은 이토록 중대한 입법을 제대로 숙고하지 않은 채 정권을 이양하기 전에 무조건 입법을 성사하여야 한다는 식으로 밀어붙인 결과 졸속입법이 되어 나타나는 빙산의 일각 결과들이다. 앞으로 형사소송법적으로 체계적 검토를 하면 이러한 코메디같은 법체계상 실수들은 계속 터져 나올 것이 극히 우려된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검수완박법은 절차적으로 헌법의 핵심원칙인 민주주의 원칙과 적법절차 원칙에 명백히 위반되었고, 내용적으로 헌법상 명문으로 보장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여 헌법의 제도적 보장을 침해하며 형사사법과 형사소송을 규율하는 제반 법체계와 허다한 모순·상충을 발생시켜 법체계정당성을 위반하였으므로 헌법에 위반한 입법행위에 의한 위헌법률이다.


김승대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현)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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