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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검수완박 법안의 일사천리 통과를 보며 동시효빈(東施效矉)의 우화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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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의 외편(外篇) 14번째의 천운(天運) 4번째 이야기에서 중국의 4대 미인 중의 한 사람인 서시(西施)를 인용한 '동시효빈'이란 사자성어의 근원이 된 이야기가 나온다. '동시효빈'이란 '동시(동네의 추녀들, 시정잡배의 무리를 비유)가 서시의 눈썹찌푸림을 본받는다는 의미로 시비선악의 판단없이 남의 흉내를 냄을 비유하는 말'이다. 지금 한국의 국회에서 순식간에 형사사법제도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법인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은 몇시간 뒤 바로 국무회의를 열어 신법안의 공포를 의결했다. 가히 역사에 남을 만한 코메디의 절정이다. 그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들은 모두 소위 법조인타이틀을 가진 자들이다. 내가 법조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이런 처참한 상황에서 미녀 '서시'이야기를 주절거리는 것은 옛 현인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들이 바보같은 짓을 반복하는 것은 변함이 없으되 진정한 선의와 성실한 마음이 없으면 만사휴의(萬事休矣)이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개요는 이러하다.


공자가 서쪽으로 위(衛)나라에 유세를 떠날 때 즈음 제자 안연(顏淵)이 노나라의 악사인 사금(師金)에게 "우리 선생님의 이번 유세여행이 어떠하겠느냐"고 물으니, "애석하오. 당신 선생은 궁지에 빠질 것이오"라고 대답하여 그 원인을 묻자, 사금은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공자의 활동을 비평한다. 공자는 지나간 삼황오제 시대의 태평성대를 흠모하여 고지식하게 다시 복고를 추구하는데 "예의법도는 선왕들이 이미 베풀어 놓은 추구(芻狗: 옛날 중국에서 제사를 지낼 때 쓰던 짚으로 만든 개로서, 제사의 대상이 된 신의 혼령이 강림한 상징이므로 제단에 진설되기 전에는 아름다운 대나무 상자에 담아 비단으로 덮어씌워져 공경을 받다가도 제사가 끝나면 버려져 길가는 사람들이 그 머리나 등을 밟고, 풀베는 이들은 그것을 모아 태워버리며, 만일 그것을 가지고 놀거나 거처하는 곳에 두면 나쁜 꿈을 꾸거나 가위눌린다고 믿었던 가여운 존재이다)요, 고금(古今)은 물과 뭍의 거리 같으며 예의 법도는 때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라고 하며 공자학파의 상고주의(尙古主義)는 시대의 착오요, 역사는 변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으며 공자의 유세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하였다. "지금 자네의 선생도 선왕들이 이미 베풀어 놓은 추구를 줏어다가 제자들을 모아 그 아래에서 놀고 거처하며 누워있다.", "대저 물로 가는 데는 배를 이용함만 같지 못하고, 뭍으로 가는 데는 수레를 이용함만 같지 못하다. 따라서 배는 물로만 갈 수 있는데 그것을 뭍으로 가게 가면 평생 심상(尋常: 1심은 8척, 1상은 2심, 즉 짧은 거리를 의미함)을 가지 못한다. 그러니 옛날과 지금은 물과 뭍의 차이가 아닌가? 주(周)와 노(魯)는 배와 수레의 격이 아닌가? 지금 주나라의 모든 제도를 노나라에서 행하려 하니 이는 배를 뭍으로 밀고 가는 것과 같아 수고롭지만 공이 없고 몸엔 반드시 재앙이 있으리라.", "저 삼황, 오제의 예의와 법도는 꼭 같은 점에서 숭상된 것이 아니고 잘 다스려진 점에서 숭상을 받았다. 따라서 삼황오제의 예의 법도는 비유컨대 아가위, 배, 귤, 유자와 같다고 할까? 그 맛은 제각기 다르지만 모두가 입에 맞는다. 그러므로 예의법도란 때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지금 원숭이를 잡아다가 주공(周公)의 옷을 입힌다면 그놈은 반드시 물어뜯고 찢어버려 완전히 벗어버린 뒤에야 흡족해 할 것이다. 옛날과 지금의 차이를 볼 때 원숭이와 주공이 다른 것과 같다.", "서시(西施)가 심장을 앓아 그 마을에 살면서 눈살을 찌푸렸고, 그 동네의 추녀들이 이것을 보고 매우 아름답게 여겨 집에 돌아가서는 모두 가슴을 움켜쥐고는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 동네에서 유행하였다. 그래서 그동네 부자들은 문을 단단히 닫고 나오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은 이를 보고 처자를 데리고 떠나가 버렸다. 그들 추녀는 눈살 찌푸리는 것을 찬미할 줄만 알았지, 눈살 찌푸리는 것이 찬미받아야 할 까닭을 알지 못했다.(피지미빈, 이부지빈지소이미/ 彼知美矉, 而不知矉之所以美)'

개정론자들은 장자의 이 우화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 기존의 검찰이 '추구(芻狗)'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볼 때는 이번의 사태는 '원숭이에게 주공의 옷을 입히는 것'(今取猨狙, 而衣以周公之服/금취원저, 이의이주공지복)과 같다고 생각된다. 잘 돌아가는 제도를 하루아침에 풍비박산내고 원시시대부터 새로 시작하자는 것인가? 원숭이는 조만간 답답하여 옷을 찢어발기고 발가벗은 채 다시 산림으로 돌아가려 할 것이다. '서시'가 기본적으로 미모가 있었기에 심장경련이 날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면 더 매력이 더해지는 것이지, 동네 추녀가 눈살찌푸리는 것만 흉내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고 장소가 있고 순리가 있는 법이다. 선종의 육조가 "바른 사람이 사법을 사용하면 사법 역시 정법이요, 바르지 못한 사람이 정법을 사용하면 정법 역시 사법이다(正人用邪法, 邪法亦是正, 邪人用正法, 正法亦是邪/ 정인용사법, 사법역시정, 사인용정법, 정법역시사)"라고 했다. 제도란 잘 운영하는 사람의 노력과 바른 정신이 중요한 것이다. '어진 자는 이를 어질다고 하고, 지혜로운 자는 이를 지혜롭다 하고, 보통 사람들은 날마다 사용하면서도 그것을 알지 못하니, 군자의 도는 드물다.' 우리의 생명은 매일 도(道)를 활용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는 이 도를 볼 수 없다고 하니 도가 그렇게 가까이 있다면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바로 자신에게,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므로 군자의 도는 드물다고 한 것이다. 인간이 바로 도의 주재자인 것이다. 아마도 검수완박을 완수한 수훈자들은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며 자신들이 바로 진정한 군자라고 생각하고 흐뭇해하고 있겠지…이 몹쓸 놈의 향원들아!

 

 

윤정석 변호사(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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