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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국가상징과 대통령실 문장(紋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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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상징(Staatssymbol)이란 국제사회에 나라의 가치와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그림·문자·도형 등의 공식적인 표시이다. 국가상징의 대표적인 예로는 태극기, 무궁화, 애국가, 국새, 나라문장(紋章) 및 청와대 봉황문양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국가상징은 대한민국 국가의 정체성과 국민의 자긍심의 징표로서 국민의 정신문화 제고에 기여한다.


대한민국의 국가상징에 관한 법제 현황을 살펴보기로 한다. 태극기는 1984년 대통령령 형식의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여 운영하다가 법률 형식의 대한민국국기법이 2007년 1월 26일 제정된 바 있다. 무궁화와 애국가에 관하여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관습법에 따른다. 국새는 1949년 5월 5일 대통령령 형식의 국새규정이 제정된 이래 여러 차례 개정된 바 있다. 나라문장은 1963년 12월 10일 나라문장 규정이 각령으로 제정된 후 2011년 12월 28일부터 대통령령에 근거하여 태극기와 무궁화 모양으로 도안되어 있다. 이러한 나라문장을 외국에 발신하는 공문서와 국가적 중요문서 등에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휘장(徽章)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의 봉황문양은 1967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법령상의 근거 없이 청와대의 대통령실 문장으로 사용하여 왔다. 좌우에 봉황과 중앙에 무궁화의 봉황문양은 청와대의 철대문,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의 전용기와 차량 및 문서 등에 새겨져 있다.

청와대가 국민에게 개방되면 청와대 봉황문양을 새로운 대통령실에서 그대로 사용하여야 하는지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봉황문양이 청와대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마당에 이를 계속 사용할 이유가 없다. 봉황문양에 관한 중국의 문화와 조선왕조의 역사를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왕조시대 중국은 황제와 제후국의 왕을 구별하였다. 왕조시대 중국의 천자인 황제의 상징은 황룡이고, 황후의 상징은 봉황이었다. 동양에서 용은 양(陽)을, 봉황은 음(陰)을 상징하곤 한다. 제후국의 왕은 황제가 사용하는 용을 상징적 문양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그 대신 봉황을 사용하였다.

조선 왕실 창덕궁 인정전과 경복궁 근정전 천장에 그려진 봉황도는 조선이 중국의 속국임을 증명하고 있다. 흥선대원군은 경복궁 중건을 하면서 천장에 있던 봉황도 대신에 칠조룡의 형상으로 바꾸었다. 그의 아들 고종은 대한제국 황제가 되어 덕수궁 중화전의 내부 천장에 봉황이 아닌 용을 장식하기도 하였다. 고종은 역대 조선의 왕이 붉은 색의 홍룡포를 입은 것과는 달리 중국의 황제처럼 황룡포를 입어 중국의 속국이 아니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었다.

국가상징의 일종인 대통령실의 문장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정치적 비전을 보여준다. 새로 출범하게 될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에 터잡아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 중심의 시대를 열려면 조선의 왕실과 중국의 속국 문화의 이미지가 남아 있는 청와대의 봉황문양을 계속 사용할 것은 아니다. 대통령실 용산이전과 새로운 명칭에 걸맞게 권위주의 시대와 제왕적 대통령실의 잔재인 청와대 봉황문양을 대체하는 새로운 대통령실 문장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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