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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변호사에게 워라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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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어떤 구독자가 유튜브 크리에이터에게 남긴, 저 응원의 댓글을 보고 생각이 복잡해졌다. 요즘 사람들은 일을 적게 하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이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노동이 주는 고단함을 가급적 적게 느끼고, 더 많이 누리자는 이런 생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호사의 생활, 변호사의 삶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지 않은가, 곱씹어보게 되었다.


사내변호사로 일하다 보니 중요한 건에 대해서는 외부 법무법인에 의견서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은데, 회신 시간이 밤 열 시인 경우도, 새벽 두 시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문의사항이 있어 사무실로 전화를 드리면, 휴가 중이셨던 변호사님이 휴가지에서 콜백을 하시는 경우도 많다. 변호사인 지인들과 같이 여행을 가면 주말에도 의뢰인의 전화를 받느라 잠깐씩 자리를 비우는 경우도 자주 본다.

일전 법무법인을 설립해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학부 선배를 만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변호사의 일이라는 건, 시간을 쓴 만큼 결과물이 나오는 일이라 워라밸을 지키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이었다. 작은 사건, 단순한 사건이라고 해도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의뢰인과 미팅을 하고, 서면을 쓰고, 재판에 나가는 시간과 품은 들어간다. 자문도 마찬가지. 법령과 판례를 찾아보면 되는 일들은 의뢰인들이 알아서 찾아보고, 아직 법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영역, 신설된 법안이라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판례가 없는 영역에 대한 자문 요청이 많이 들어와서 건마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주변 변호사들과 깊게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그들은 바쁘고 고단한 일상 자체를 견디지 못하거나, 일 자체를 적게 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제대로 일하고, 그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를, 그리고 평소에 열심히 일한 만큼 때로는 시간을 다소 자유롭게 활용할 자유를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YOLO, FIRE족처럼 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시대에도, 자신의 업에 대한 자부심과 전문가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일과 삶을 대하는 변호사들의 모습이 어딘지 멋져 보였다.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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