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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검수완박'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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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기소권은 검사에게 있다. 기소권이란 범죄혐의에 대해 이를 재판에 회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이다.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범죄혐의가 사실인지 아닌지, 만약 사실이라면 형사법이 처벌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요건 및 그 요건에 대해 형성되어 온 법리에 부합하는지 아닌지 등에 대한 사실확인 및 판단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범죄자들은 죄를 숨기고자 거짓진술을 할 가능성이 높기 마련이고, 법리는 범죄자들이 실제 행한 특정사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형성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기소여부판단을 위한 심의과정은 사실확인 및 판단행위가 유기적으로 엮여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기소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심의하는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사실확인 및 법리판단 등 일체의 과정을 '수사'라 한다.

  

수사에 있어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법규 및 그에 대한 법률판단은 진실을 찾기 위한 '지도' 내지 '고삐'의 역할을 한다. 이는 수사권이라는 국가의 날카로운 칼날이 여기저기 휘둘려지지 않고 목적지까지 최소한의 기본권 제한으로 도달할 수 있게끔 기능한다.

 

수사의 목적은 이와 같은 기소여부에 대한 법률판단, 즉 특정 범죄혐의를 재판에 넘길지 여부를 판단키 위한 것이다. 수사의 목적은 기소여부 판단이고, 따라서 인권보장을 위해 적재적소의 법리검토를 통해 기소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사를 해야 한다. 반면, 법리검토를 통해 기존 수사결과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당연히 기소를 위한 추가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즉, '수사'는 '수단'이고, '기소'는 '목적'이다.

 
근래 특정 정당을 중심으로 형사사법시스템 하에서 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행해질 수 밖에 없는 '수단'과 '목적'을 분리해 사실상 긴장관계에 있는 두 국가기관에 분산코자 하는 유래없던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여기서 우려되는 부분은 검찰의 직접수사 문제와 수사권 자체의 존폐문제는 엄연히 별개의 문제임에도 이 부분에 대한 잘못된 인식 하에 이와 같은 시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인권보호 및 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겸하여 탄생한 검찰제도의 연원상 여러 선진국가들에서 검찰이 직접수사를 자제하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핵심은, 우리처럼 '수사지휘'라는 다소 권위적인 표현은 아닐지라도, 검사가 기소여부를 판단하거나 공소를 유지함에 있어 경찰의 수사과정 및 결과를 리뷰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할 경우 경찰이 당연히 이를 이행하는 실무가 선진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는 점이다.


즉 선진국가들의 검찰은 감독기관으로서의 성격에 충실하기 위해 직접수사를 자제하고 기소 여부 판단 및 공소유지를 위한 수사행위를 경찰이라는 기관을 통해 하는 것일 뿐,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직접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애초에 수단과 목적의 성격으로 한 몸을 이루는 수사와 기소를 최근 한국처럼 완전히 분리하고자 하는 시도는 선진국가들 중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수사지휘'라는 표현의 위와 같은 기능의 존부가 마치 검찰과 경찰 사이의 밥그릇 싸움인냥 잘못된 전제 하에 정치적 논쟁이 이루어져 왔고, 그 결과 2021년부터 시행된 개정법은 기소여부판단을 위한 수사권행사의 중요한 수단이었던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유명무실화하고 말았다.

 
기소권자인 검찰의 기소를 위한 법리상 의견에 구애됨 없이 경찰이 수사를 하고, 검찰은 경찰의 수사결과가 기소여부를 결정하기에 미흡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을지라도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끔 됨으로써 형사사법시스템 상 '수단'이 '목적'에서 '분리'되는 중차대한 결과가 초래되고 만 것이다. 그에 따라, 경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사인력으로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그 공백을 매워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그 결과는 이미 증거기록의 부실화로 일선 재판현장에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번 법개정으로 종전 개정에 따른 제도의 공백을 매워오던 검찰의 보완수사마저 제한하거나 차단하고, 검사의 직접수사 자체를 법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손발을 잃은 검사의 기소권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권한이 되고 말 것이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것', '국가수사권이라는 거대한 권력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행사가능케 제한한 죄형법정주의 하에서 기소여부에 대한 검사의 법률판단에 기속되지 않는 제약없는 경찰수사를 가능케 하는 것', '지도도 고삐도 없는 수사권이라는 날카로운 칼을 세상에 풀어놓음과 동시에 종래 검찰이 책임져왔던 권력자들의 중대범죄에 대한 제도적 공백을 야기하는 것', 그들은 이것을 '개혁'이라 부른다. 기소여부를 판단키 위해 불가결한 요소인 수사권을 도려냄으로써 검사의 기소권이 형해화되고, 국민의 기본권제한이 수반될 수 밖에 없는 수사과정을 법률가인 검사의 수사지휘를 통해 통제해 오던 기능 또한 이미 종전 법개정으로 형해화된 이상, 경찰의 수사과정에 있어 헌법상 원칙인 적법절차 원리를 관철할 견제수단 또한 남아있지 않게 된다. 이처럼 한국 형사사법시스템의 '수단'과 '목적'의 괴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그 괴리 속에서 발생될 혼란의 결과는 온전히 국민들이 부담할 몫이 될 것이다.

 
국회가 입법권을 행사함에 있어 의결을 위한 필수행위인 입법조사 등 심의과정 일체를 국회와 긴장관계에 있는 다른 기관에 뚝딱 떼어 넘겨버리고 국회는 그 심의과정에 관여하거나 지시도 하지 말고 의결만 하라고 한다면, 입법권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까?

 
거꾸로 질주하고 있는 우리의 형사사법시스템이 부디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한윤옥 부장판사(울산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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