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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협회장 결선투표제 폐지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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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5일 대한변호사협회 정기총회에서 협회장 직선제 선거제도의 주된 핵심사항인 결선투표제를 폐지하는 대한변호사협회 회칙 및 임원선거규칙 개정안이 통과되어, 2023년부터 선출되는 협회장 선거부터는 결선투표제가 없어지게 되었다. 협회장 결선투표제는 1차투표에서 단순다수득표자가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유효투표 총수의 1/3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에는 1차투표의 1, 2위만을 대상으로 2차투표를 실시하여 다수득표자를 당선자로 정하는 방식이었다. 이 세상에서 공정성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가장 좋은 선거제도는 없으며, 모든 투표제도는 나름대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대한변협의 협회장 선거는 60여년간 간선제로 선출하다가 치열한 논의를 거쳐 2013년 제47대 협회장 선거때부터 직선제가 도입되었다. 협회장직선제를 도입하면서 함께 도입된 결선투표제는 협회장이 특정세력만을 대변하지 말고 협치를 통해 회원통합과 전체회원들의 의사를 대변하고, 협회장의 대표성, 정당성, 정통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여 채택되었다. 이러한 결선투표제는 프랑스 등 세계 80여개 국가에서도 채택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대선때마다 대표성확보와 사표발생률 억제 등을 이유로 도입이 논의되어왔고, 대한의사협회도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러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결선투표제를 폐지하려면 전체회원들의 의사를 듣는 토론회, 공청회, 설문조사 등 충분한 공론화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이러한 절차없이 이번 정기총회에서 대의원 422명 중 극히 제한된 수십명만이 참석하고 대다수 대의원들은 표를 위임한 상황에서 단순표결로 이를 폐지한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단순한 직능단체나 이익단체의 장이 아니라 국가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기능을 수행하면서 대법관, 검찰총장, 공수처장, 특검, 대법원 양형위원 후보 등을 추천하는 공적기관 구성에도 관여하고 있는 최고의 재야 법조단체의 장으로 3만여명의 변호사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결선투표제는 이러한 협회장의 대표성과 정통성을 부여하고 승자독식에 의한 독선이 아니라 이념, 지역, 세대, 성별을 넘어 협치를 통한 협회운영을 하라는 의미에서 단순 다수득표제로 선출하는 지방회장과 선출방법을 다르게 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결선투표제를 채택하는 곳에서도 결선투표요건을 다양하게 정하고 있는데, 변협이 채택하고 있던 결선투표제는 그 요건이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도 아닌 1/3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경우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선제 도입 이후 치루어진 47대부터 51대까지의 5차례의 협회장 선거 중에서 47대 위철환, 51대 이종엽 협회장 단 2차례만 결선투표제가 실시되었을 뿐이다.

결선투표제 폐지의 다른 사유로 회비절약이다. 물론 결선투표제는 한번 더 선거를 치러야 하므로 추가적인 비용과 노력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협회장선출은 변협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이고 협회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필수비용으로 볼 수 있기에 비용 때문에 개정한다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할 것이다. 협회의 회원수가 3만여명으로 대폭 늘어나면서 회원들은 힘들지만 상대적으로 협회는 사정이 더 나아졌다고 할 것이다. 협회장의 선택은 협회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이기에 한차례 더 투표가 이루어진다 해도 이를 낭비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51대 협회장 선거부터는 전자투표제도의 도입으로 선거비용이 대폭 절감되었을 뿐 아니라, 지난 51대 선거의 경우 협회장후보자 기탁금 5천만원으로 출마한 5명의 후보자가 낸 2억5천만원으로 선거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았기에 회비절약은 이유가 폐지한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변호사 숫자가 1만명에서 3만명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회원들에게 선택의 다양성을 부여하고, 협회장의 대표성, 민주적 정당성과 정통성 확보를 위해서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결선투표제를 이번에 폐지한 것이다. 회원들은 승자독식의 오만한 협회장이 아니라 여러 세력을 규합해 다수의 지지를 받는 겸손한 협회장을 원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결선투표제가 없어지면 출마하는 후보자가 5명 이상이 되는 경우에 3만명 회원 중 직전 51대 1차 투표율 60.12%로 가정할 경우 1만8천명이 투표에 참여하게 되는데 4000여표만 받으면 당선되는 일이 생길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전체변호사의 15%의 지지도 받지 못한 협회장이 전체 3만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성명이나 의견을 내는 불합리한 결과가 생긴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협회장 결선투표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안병희 변호사(서울회)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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