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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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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정의' 개념은 '실체적 진실'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실체적 진실' 확보를 중시한 나머지 절차가 도외시되어 인권이 유린되었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절차적 정의' 관념이 부각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절차적 정의에 기반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 추구가 형사사법절차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 추구'는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는 범죄사실 인정 여부나 정상에 관한 자료의 수집 행위로, 공소유지 과정에서는 이미 수집된 증거를 보강하거나 피고인의 주장 등을 탄핵할 증거 및 양형 증거 수집 행위로, 형집행 과정에서는 미집행자의 추적이나 형집행정지 여부를 판단할 기초자료 수집 행위로 구체화된다.

 
이와 같은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능은 헌법을 근간으로 한 형사소송법이 단계별로 법원, 검사, 사법경찰관에 부여하고 통상 이를 수사권능, 재판권능, 공소유지권능, 형집행권능 등으로 부르고 있는데, 결국 모두 실체적 진실 발견의 추구라는 하나의 목적에서 분파된 것으로 단계별 이름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추진되고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소위 '검수완박' 법안은 형사사법절차에서 검사에게 부여되었던 실체적 진실 발견 추구 권한을 폐기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어떠한 제도가 일부 단점을 드러내었지만 많은 영역에서 장점을 발휘하고 있는 경우 그 제도를 폐지하여 단점을 없앨 때 그 많은 장점마저 사라질 것이므로, '폐지'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장점은 발휘하면서 단점이 발현되지 않는 방법을 강구할 것인지에 대한 숙고 과정이 필요하다. 검사의 수사권능이라는 제도보장도 같은 선상에서 논의되었으면 한다.

 
여기서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에서 진행된 사건 중 검사의 보완수사가 이루어진 몇가지 사례를 들어 검사의 수사권능 행사가 보여준 장점을 살펴보겠다.

 
사례 1. 아이가 취학연령이 되도록 출생신고를 하지 아니한 친모에 대한 아동학대 사건

검사는 친모를 직접 조사하여 친모가 아동의 출생신고에 적극적이지 않음을 확인한 후 직권으로 친모 주거지 관할 주민센터와 협의하여 아동의 출생신고 절차를 진행하고 그동안 받지 못하였던 의료, 특수교육 등 복지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사례 2.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사이코패스'

여자친구의 엄마가 있음에도 여자친구를 원룸 화장실로 데려가 그 안에서 수차례 칼로 찔러 살해한 가해자에 대하여 검사는 송치 직후 대검에 통합심리분석을 의뢰하였고 그 결과 반사회성 성격장애(일명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음을 신속히 확인하여 살인의 고의를 명백히 한 다음 검사 구속기한인 20일 이내 기소하였다.

 
사례 3. 가해자가 기억상실 주장하는 뺑소니 사건

검사는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난 가해자가 '자신도 사고 충격으로 순간 기억을 상실하여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현장을 떠난 것뿐'이라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한 사건을 수사하던 중 가해자 운전 차량의 블랙박스에 대하여 대검에 음성감정(음질개선)을 의뢰한 결과, 사고 직후 가해자가 배우자와 사고사실에 대하여 나눈 대화가 저장되어 있음을 확인하여 신속하게 도주 범의를 입증하여 기소하였다.


사례 4. 공소시효 임박한 공공 수도관 공급 입찰 담합

공소시효를 만료를 45일 남은 공정거래위원회의 1,300억원 대 공공 수도관 공급 입찰 담합 고발 사건이 접수되자 수사팀을 구성하고 단기간에 고발인 및 8개 법인 관련자를 신속히 수사하여 공소시효 만료 전 8개 업체를 모두 기소하였다.

 
사례 5. 법인 대표자 대신 입건된 억울한 직원

검사는 산지 무단전용 사건 수사 중 범행일시가 직원이었던 피의자의 재직기간과 일치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곧바로 피의자로 특정된 경위를 수사하여 대표자가 실행위자임을 밝혀 입건, 기소하였다.

 
사례 6. 금지된 자격증 발급 행위의 공모관계 부인하는 태권도학과 교수

검사는 공판 중 범행 가담을 부인하는 태권도학과 교수의 주장을 탄핵하고자 상피고인으로부터 임의제출받은 10여 년 간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분석하여 제출한 추가 증거를 통해 교수의 주장을 탄핵하고 유죄가 선고될 수 있게 하였다.

 
물론 위 사례에서 이루어진 검사의 보완수사 결과물이 송치 후 보완수사를 요구받은 사법경찰관이 수행하였을 경우와 큰 격차가 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검사가 수사권능을 행사할 때 송치 이후 공소제기 전, 공소유지 과정에서 개개의 사건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그러한 장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음을 언급하려는 것이다.

 
검찰의 몇몇 사건처리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많은 질타를 받고 있음에 대하여는 그저 송구할 뿐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정만으로 많은 장점을 가진 제도를 숙고 과정없이 폐기하려는 시도는 자제되어야 한다. 실체 진실 발견이 외면받고 지연됨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다.

 

 

한진희 부장검사(대전지검 천안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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