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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회스타그램

[#지방회스타그램] ‘왕도정치’의 실현

‘패도’는 힘에 의한 통치…갈등과 분열 조장할 뿐
국민의 마음을 얻으면 ‘왕도정치’는 스스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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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광의 자치통감(資治通鑑), 진덕수의 대학연의(大學衍義), 오긍의 정관정요(貞觀政要)는 동아시아 역사에 있어서 제왕학(帝王學)의 교과서로 불린다. 제왕학은 성학(聖學)이라고 불리었는데 제왕학의 교과서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왕도정치(王道政治)이다. 조선시대 임금은 세자 때부터 제왕학의 교과서들을 공부하였고 군주가 되어서도 경연(經筵) 등을 통해 공부하여 수십년간 군주의 통치술을 익혔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은 대다수 조선시대 제왕학의 교과서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왜 정치를 해야 하는지 절실한 물음도 없이 정치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런 관계로 자신의 이익이나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술과 정치공학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왕도정치의 핵심은 덕치에 있고 덕으로 다스릴 때만이 진정한 왕도를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왕도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군주의 통치술은 어떠해야 하는가의 물음에 대하여 짧고 명료하게 정의한 글이 있다. 이것은 군주 통치시대의 군주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라 현대 민주주의 정치지도자들도 참된 리더가 되기 위하여 항상 마음에 새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군주는 관대하고 예의바르며 백성을 어루만져야 한다. 인재를 제대로 등용하고 인사를 잘 해야 하며, 신하들이 목숨을 걸고 직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충효를 앞장서서 실천하고 언제나 중용의 길을 걸어야 한다. 항상 경계하고 절제하며 문무를 겸전해야 한다."

이 글을 읽고나서 조선의 임금 중 떠오르는 분이 누가 있을까? 아마도 세종이나 정조를 떠올릴 분이 많을 것이다. 동아시아의 군주를 통틀어 왕도정치를 가장 잘 구현한 군주는 세종대왕이라고 생각된다. 제왕학의 교과서 중 성군 세종대왕을 만드는 데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책은 '대학연의'라고 본다. 대학연의는 장차 임금이 될 세자 양령에게는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였지만 세자가 되기 전 충령대군은 공개적으로 읽어볼 수 없는 금서(禁書)였다.

세종이 대학연의를 정식으로 공부하게 된 것은 임금으로 즉위한 1418년 첫 경연에서였다. "임금의 학문은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 근본이 되옵나니 마음이 바른 연후에야 백관이 바르게 되고 백관이 바른 연후에야 만민이 바르게 되옵는데 마음을 바르게 하는 요지는 오로지 이 책에 있습니다." 경연동지사 이지강이 세종에게 대학연의를 경연의 교재로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세종이 경연에서 대학연의를 독파하는데 약 4개월이 걸렸고 양령대군은 세자시절 약 6년에 걸쳐 대학연의를 읽었다고 한다.

맹자는 백성의 마음을 얻는 인(仁)의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 왕도정치라 하였다. 군주의 어진 마음이 구체적 정치 현실로 표현될 때 바람직한 정치가 이루어진다고 하면서 그 실천방법으로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이 없다'고 하였다. 왕도정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경제적 안정을 통한 민생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즉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선결과제로 파악한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은 일자리 창출이다. 사람들은 일이 있을 때 행복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일자리를 잃을 때 사람들의 마음은 흔들리고 안정을 찾지 못한다. 그래서 맹자는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다"고 한 것이다. 경제적 안정을 통한 민생의 확립 위에 인간다운 삶의 길을 제시하고 인도하는 것이 왕도정치라고 보았다.

왕도정치에 대비되는 것이 패도(覇道)정치인데 패도는 힘에 의한 통치를 주장한다. 패도의 힘은 현대정치에 있어서 세(勢) 즉 조직의 힘을 말한다. 세(勢) 즉 조직으로 선거하는 패도정치는 진영논리에 빠져 국민을 갈라치기 하고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한다. 이에 반하여 왕도의 인(仁)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시대정신을 뜻한다. 인(仁) 즉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비전과 공약으로 선거하는 왕도정치만이 국민을 통합하고 단결시켜 새 시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자신의 정치철학과 역사담론을 전개하고 시대정신과 국가경영의 핵심의제를 논하고 펼쳐나갈 때 왕도정치는 스스로 열릴 것이다.


박헌경 변호사(대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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