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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장관님께-왜 플랫폼만 되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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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법협 강정규 변호사라고 합니다. 아마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저는 장관님을 기억합니다. 옛날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시절, 서울중앙지방법원과 검찰청 사이 대로에서 연일 천막 시위가 있었던 때, 법전원 제도의 정당성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찾아뵌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만 해도 장관님께서 지금과 같은 사법대란 시절의 중심에 서 계시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차피 임기 말년이시기도 하고, 힘드신 시기일 것으로 짐작되어 그냥 마음에 묻어두고 넘어갈까 했습니다. 하지만 후임 장관 후보 때문에 떠들썩한 때가 되니, 지금이 아니면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아 부득불 몇 자 적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장관님께서는 평소 법조에 대해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시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취임사에서도 인권보호, 적법절차, 소통을 중시하신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또한 저는 동의하는 제도가 아니오나, 취임 후 10대 추진 과제를 세우시면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그 중 하나로 택하기도 하셨습니다. 이것은 수사 단계 형사변호를 법무부가 도맡는 형태의 공공화 정책이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장관님께서는 정치 인생 및 법무부장관 기간을 통틀어 지속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 오셨다고 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법률 플랫폼에 대해서만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셨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법률 플랫폼은 그 형태가 어떤 사업이든, 결국 변호사 중개 없이는 이익을 창출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모든 법률 플랫폼은 변호사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서, 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고객에게 연결하는 형태의 사업 모델을 취하게 됩니다. 이른바 로톡의 경우도 광고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결국 변호사를 고객에게 연결하는 중간 기착지이고, 네이버 엑스퍼트도 유사한 혐의를 갖고 있습니다.

 
이는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비변호사의 알선·중개의 혐의가 있는 사안입니다. 물론 아직 수사단계에 있고, 혐의가 확정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장관님께서는 이 사안에 대해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수사 사안을 합법이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하셨습니다.

 
물론 수사개입 시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함부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장관님이 지금까지 다른 모든 사안에 대해 대처해온 방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법률 플랫폼 사안에 대해서만 장관님께서는 확신을 갖고, 합법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오셨습니다. 여기에는 장관님께서 말씀하신 소통이나 적법절차가 분명 부족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일개 스타트업이 아니라 대기업이라면 같은 태도를 취하셨을까요? 그렇잖아도 4대그룹 중 모 대기업은 작년 초에 AI 법률자문 지원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다고 기사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AI가 인간을 따라잡지 못한 시대이기 때문에, 이런 사업은 필연적으로 인간 법률 전문가를 필요로 합니다. 변호사협회 입장에서는 돈 없는 스타트업보다 대기업과 협력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요?

 

실제로 제게도 일본의 유명한 변호사 플랫폼 회사의 한국 지사에서 제휴 사업 제의가 온 적도 있습니다. 아마 저 말고도 변호사 데이터베이스에 접근 가능한 사람들에게 많은 제의가 있었을 겁니다. 저야 아무 관심이 없었지만, 사업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라도 이런 제의에 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결국 법률 플랫폼의 사업 모델은 중개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중개와 알선은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는 비공익적 사안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법률 플랫폼이 합법으로 허용된다면, 이른바 삼성 로펌도 결코 꿈이 아니게 됩니다. 이미 삼성그룹의 내부 변호사가 그 어떤 대형로펌의 소속 변호사보다도 많은 시대입니다. 그런 시대를 원하시는 것은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이미 임기가 끝나시는 마당에 굳이 이런 글을 올리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다만 저는 장관님께서 향후에도 한국의 큰 정치인으로서 활약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때가 되면 더욱 말씀드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이렇게 퇴임하시는 길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모쪼록 깊게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향후 전도 양양하시리라 생각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강정규 변호사(한국법조인협회)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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