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발언대

[발언대] 변호사가 수사현장에서 지켜본 검찰 수사권 박탈의 심각한 문제점과 보완책

177842.jpg

필자는 30여 년간 판사와 변호사로 일해온 사람인데, 현 정부가 추진하여온 검찰 수사권의 박탈을 주내용으로 하는 검찰개혁(이른바 검수완박)의 진행상황을 검찰, 경찰의 수사현장에서 직접 지켜보아온 문제점과 약간의 보완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1. 수사 능력상 현격한 차이

수십년간 수사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검찰과 경찰은 범죄를 밝혀내는 수사의 능력과 의지에서 아직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검찰은 훨씬 우월한 수사능력을 가진 인력으로 구성된 데다, 오랜 기간 전문적 수사경험과 노하우가 세계적 수준으로 축적되어 있는 반면, 경찰은 이에 크게 못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범죄를 밝혀내는 데에는 범죄의 실체와 증거를 재빨리 가장 효과적 수사기법으로 찾아내는 것이 수사승패를 좌우하는데, 경찰은 수사기법과 노하우에서 크게 떨어져 범죄를 제대로 못 밝혀내는 경우를 많이 본다.

검찰은 고소된 범죄가 인정되든 안 되든 당사자가 납득할 정도까지 책임있게 수사를 완료하는데 비하여, 경찰은 충분히 수사하지 않고 도중에 증거부족으로 끝내려는 경우도 많이 본다. 또 언론에 보도되는 주요 정치적 사건에서는 심지어 수십번까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반면에, 일반 민생 고소사건에서는 경찰에서 압수·수색영장을 한 번 받아보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 정도로 어려우니 범죄규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필자가 재야의 수사현장에서 보면 근래 일반 형사사건의 수사권이 검찰에서 경찰로 이양된 후에는 특히 사기, 횡령 배임 등 서민들이 피해자가 되는 경제사범 사건에서 경찰은 피해자가 고소하더라도 범죄를 못 밝혀내는 경우가 훨씬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사기당하여 자신의 인생과 가족이 무너지는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고소하여도 밝혀지지도 않고 구제를 받지 못하는 일이 쌓여간다면 국민들이 수긍하겠는가. 심지어 근래 수십 건의 사기고소 피의자 사건을 수임하였는데, 그 중 1건만 기소되었다는 어떤 변호사의 언급을 들은 적도 있다.


2. 경찰은 인사권에 수사가 영향을 받을 소지가 더 많음

또 변호사로서 외부에서 지켜본 바로는 그동안 검찰은 비교적 수사의 독립성이 확보되어 있으나, 경찰은 특히 정치인 등 권력층 수사에 있어 정부가 가진 인사권에 수사가 영향을 받을 소지가 훨씬 큰 것이 현실이다. 검찰은 그래도 가끔 내부 권한남용은 더러 있으나, 수사의 객관적 결과에 충실하여 모시던 검사장 등 상사를 구속하는 사례도 더러 볼 수 있었다.


3. 학연·지연에 영향받을 소지가 더 많음

또 검찰에 비하면, 경찰은 대부분이 현재 근무지가 고향이거나 학교를 다닌 오랜 연고가 있어 학연, 지연 등에 수사가 영향 받을 소지가 많이 크다. 심지어 수사현장에서 보면, 경찰은 수사 법률지식과 경험이 부족하여 고소인이나 피고소인 중 어느 한쪽의 거짓 주장과 증거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한쪽에만 선임된 변호사가 유도하는 쪽으로 불공정하게 밀려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본다.


4. 검찰의 남용행위 자체의 실제와 원인을 찾아 개혁할 일이지, 수사권 자체를 박탈하려는 것은 원인을 헛짚었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교각살우의 처방임

이러한 이유로 이른바 검찰개혁으로 인하여 국가의 막중한 범죄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게 되는 치명적인 폐해가 머지않아 적나라하게 드러나리라 보는데, 당장 그 일례가 검찰의 수사권 박탈로 인한 것이 경찰 수천 명이 투입된 LH 부동산투기사건 수사결과이고, 수사권 제한으로 인한 결과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 수사결과라고 본다.

이와 같이 검찰과 경찰이 수사능력에 현격한 차이가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검찰의 권한 남용을 이유로 수사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의사가 수술을 남용한다고 하여 환자에 대한 수술권 자체를 박탈하고 다른 비의사 직역에 수술권을 넘기는 것과 같다. 의사의 수술권을 박탈하면 그 피해자가 전국의 환자이듯이, 검찰 수사권 박탈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선량하고 힘없는 전체 국민이 된다.

검찰이 그동안 권력을 남용하여 왔다면 그 남용행위 자체의 실체와 원인을 찾아 개혁하면 될 일이지, 수사권 자체를 박탈하려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이자, 교각살우(矯角殺牛)와 같은 잘못된 처방이거나 숨겨진 다른 의도가 있는 처방이다. 또 민가에 출몰하여 피해를 주는 범을 잘 잡는 최고의 명포수가 있는데, 그가 오만하다면 엄하게 시정시키면 될 것이지, 팔다리를 잘라버려서야 되겠는가.

현재의 검찰개혁의 주도 그룹이 검찰의 권한남용으로 피해를 입은 것보다, 일반국민이 검찰 수사권 박탈로 입는 피해는 그 몇 배, 몇 십 배가 되리라 본다.

일반 건전한 국민들은, 검찰의 수사권 박탈로 인하여 전체 국민이 삶의 현장에서 절망적 피해를 입은 범죄를 못 밝혀내는 피해와 비교하여 본다면, 검찰개혁 추진 주체가 개혁 사유라고 주장하는 장관, 국회의원, 정부 핵심인사에 대한 검찰의 의도적 기획수사와 수사기밀 누설, 자기식구 감싸기로 인하여,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현정부 인사들이 입은 피해가 과연 얼마나 더 클까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 이번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표현된 국민들의 일반적 인식이 아닌가 싶다.


5. 경찰 수사권 이양에 대한 차선적 대책·수사증거의 공개

현재 일반 민생 고소사건 수사에서는, 수사기밀을 이유로 수사진행내용을 일체 당사자에게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밀실수사관행으로 인하여, 범죄규명에 실패하는 대부분의 경우가 수사능력과 경험이 부족한 경찰이 어느 한쪽의 거짓 주장과 증거에 넘어가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소사건에서 어느 일방이 제출하는 주장과 증거를 원칙적으로 상대방에게도 공개함으로써 그 진위를 밝힐 기회를 주는 것이 현재의 경찰의 부족한 수사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차선적 해결책이라고 본다. 즉 현재 법원의 민사소송의 진행방식과 같이 처리하는 것이다. 일반 민생 고소사건의 99%는 상대방의 증거조작을 우려하여 수사증거를 비공개로 할 필요가 없는 사건들이다. 오히려 일방이 제출한 허위주장과 증거는 수사관보다는 상대방이 가장 잘 알고 잘 밝혀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각지에서 힘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선량한 국민들이 전재산을 빼앗기는 범죄를 당하여, 유일한 의지처인 수사기관에 고소하였다가 밝혀내지도 못하고 피눈물만 삼키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를, 검찰개혁이라는 제목으로 다투고 있는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박종연 변호사 (경남회)

리걸에듀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