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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의 목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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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필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입법조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국회 안에서 정치를 바라보는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입법조사관에게 현재 발의된 수많은 법률안 중에서 어떤 법률안이 어떠한 시점에 의결될지 묻는다. 살아 움직이는 정치상황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질문자 입장에서는 실망스럽겠지만 매번 답변하기 어렵다.


현실정치의 생물성(性)이 정점에 달한 지금 추가적인 질문을 하고자 한다. 정치가 생물이라면 그 산물인 법률은 생물인가. 성문의 법규에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는 법률은 더이상 살아 움직이지 않는다. 법문이 해당 법률에 관한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입법조사관으로서 법률안(案)으로 살아 움직이던 입법과정에 있다가 공포 이후 단단하게 굳어져 있는 성문법을 마주할 때면 생경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법률과 법률안이 분리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 바로 법률의 목적, 해당 규정의 목적이 무엇인지의 문제는 성문법과 법률안의 교차지대에 있다. 법률의 목적을 파악하는 정확한 방법은 물론 규정을 통하여 파악하는 것이다.

대개 해당 법률의 서두인 제1조에 그 법률의 목적이 규정되어 있다. 그렇지만 개별 조문의 입법 목적은 대개 법규에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 때에는 법률의 제·개정 사항을 공포하는 전자관보에 게재되는 해당 법률과 조문의 제·개정이유를 본다. 지금까지는 입법의 목적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단계이다. 그러나 모든 개별 조문의 제·개정 이유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그 법률이 성문화되기 이전의 시절을 추적하는 단계가 남았다. 법률안(案)으로 살아 움직이던 때 말이다.

많은 문헌에서 법률의 목적을 파악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법률 문헌과 입법자료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다. 입법자료는 해당 제정과 개정에 이르기까지 변천을 기록한 역사적인 자료라 할 것이다. 다양한 입법자료를 어떤 순서로 읽을 것이냐는 그 역사적 순서에 따르는 것을 추천한다. 대략적으로 그 순서는 해당 발의안의 제안이유, 그 법률안에 대한 전문위원의 검토보고, 그리고 국회의 회의록과 심사보고서가 될 수 있다.

가장 먼저 보는 해당 발의안의 제안이유는 국회시스템을 통하여 공개되는 법률안 서두에 첨부되어 있다. 제안이유는 발의한 자가 국회에 보내는 서신과 같은 글이다. 가장 날 것으로 발의자의 의도가 소명되어 있다. 다음 단계는 그 법률안에 대한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이다. 그 법률안이 가지고 있는 명암을 다각도로 검토하여 보고한다. 여기까지 법률안은 발의한 자가 발의한 대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입법적 필요에 따라서 법률안은 계속 변화한다. 다른 유사한 법률안과 함께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하고, 원안의 내용 중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되어 의결되기도 한다. 이 과정은 회의록과 심사보고서에 담겨져 있다. 회의록은 삭제될 수 없고 발언의 취지만을 정정할 수 있을 뿐이기에 그 변화가 어떤 필요에 의해서였는지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회의록을 열람해 보면 법률안을 두고 관계 부처와 여야 국회의원간에 오가는 설전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심사보고서에 축약되어 담겨져 있다.

이렇게 법률의 입법목적을 역순에 따라 추적하는 것은 국회법에 따르면 당연한 것이지만, 이 과정을 함께하지 않은 자들에게는 낯선 것이기도 하다. 이 영역의 매력은 입법과 사법에 걸쳐 있기도 하고, 법학과 역사가 공존하는 영역이라는 데 있다. 게다가 이토록 그 과정이 낱낱이 공개되어 있어 그 순서만 따른다면 추적이 용이하다. 모쪼록 이 짧은 글이 그 성문법과 법률안의 교차지대에서 헤매이지 않고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김다혜 입법조사관(국회 법제사법위원회·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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