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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영상재판, 팬데믹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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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5분, 길어야 30분 걸리는 재판에 출석하려고 광주까지 왕복 네다섯 시간씩 걸려서 오는 타 지역 변호사님들을 보면 딱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한 번은 준비기일을 속행하며 "영상재판도 가능합니다. 힘들게 오시지 말고 필요하면 미리 신청을 해주세요"라고 했다. 나중에 그 변호사님이 주변에다가 "판사가 먼저 영상재판을 언급해서 고마웠다"라고 말했단 얘기를 익명의 소식통을 통해 전해 들었다. 순간 '그게 고마워 할 일인가' 싶었다.


사법행정의 책임자들은 영상재판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지난달 법원장 회의에서는 '우리 법원은 잘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표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법원행정처에서는 영상재판 관련 동영상 매뉴얼까지 만들어서 판사들에게 "영상재판, 어렵지 않아요~"를 외치고 있다. 그렇지만 일선 판사들은 아직 주저하는 마음을 갖는 이가 더 많은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영상재판'을 권유한 것에 대해 '고맙다'는 반응이 나온 게 아닐까 싶다.

작년에 법이 개정되어 민사재판은 법정에서 하는 거의 모든 절차를, 형사재판은 피고인 출석이 필요한 것들을 제외한 나머지 절차를 대부분 영상재판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멀리서 올 수밖에 없었던 당사자나 대리인, 변호인에게는 팬데믹 사태가 가져다 준 획기적인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메타버스' 시대에 법원도 발맞춰 가고 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재판부의 눈치를 보느라 선뜻 신청하지 못하고, 먼저 권유해주기만 내심 바라고 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과거 민사 전자소송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도 '익숙함과의 결별'은 어려웠다. 판사들의 심적 저항감이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쩌다 종이소송이 있으면 그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형사소송의 전자화도 눈앞이다. 영상재판 역시 시행 초기의 마찰적 상황만 잘 극복하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재판 공개의 원칙과 관련한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판사가 재정하여 진행하는 영상재판에서는 그 자체를 공개함으로써 해결이 된다. 집무실에서 진행하는 예외적인 경우라도 빈 법정에 재판영상을 송출하는 방식으로 공개하거나, 법원행정처장이 정하는 바에 따른 인터넷 중계로 대체할 수 있다. 아직까지 인터넷 중계를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누구나 실시간으로 전국의 영상법정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 같다.


차기현 판사 (광주고법)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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