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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양형’ 아니고 ‘구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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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범 양형기준'을 만들어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올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위한 실무 가이드 라인이다. 산업현장에서 기업이 안전수칙과 작업계획서 등을 관행적으로 지키지 않거나 현장 의견을 방치해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총수까지 엄중 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 근로자 사망 사고를 발생시킨 작업장의 경영책임자 등에게 기존보다 1.5~2배가량 상향된 구형 기준을 적용하라는 가이드 라인과 함께 과거 사건에 이 가이드 라인을 적용한 시뮬레이션 결과도 담아 일선 검사들이 중대재해 사건을 처리할 때 지침서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법률 시행에 대응해 검찰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하기 위한 선제적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중대재해 사건을 변호해야 할 변호사업계에서도 이 같은 검찰 기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런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일이 있다. 가이드 라인의 명칭이다. 검찰이 '양형기준'이라는 단어를 썼기 때문이다. '양형(量刑)'이란 형사재판에서 법관이 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일을 말한다. 검사는 형사재판 절차에서 어떤 형벌을 선고해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하는 의견을 제시하는데 이는 '구형(求刑)'이라고 부른다.

대검이 이번에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범 양형기준'은 '아직 법원 양형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은 신설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분을 결정하기 위해 검찰이 내부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사건처리기준' 내지는 '구형기준'으로 지칭하는 것이 맞는다.

죄를 지은 사람을 벌하되, 국가형벌권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 형사법의 요체다. 양형기준은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원 산하 독립 국가기관인 양형위원회가 2009년부터 개별 범죄별 범죄의 특성을 반영해 만들어왔다. 판사라 하더라도, 죄가 밉더라도 선을 넘지는 말라는 것이다. 되짚어보면 이즈음부터 형사재판 일방 당사자인 검찰이 선거사범 처분 등 중요 시점이나 신설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구형지침을 만들면서 양형기준이라는 용어를 혼재해 사용하는 경우가 나타났다.

사소한 부분일까. 검찰총장을 지낸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면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말했다. 단어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법률용어는 정확하게 쓰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혼동을 초래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