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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의무, 알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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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남부 지방 일대 양봉 농가의 벌통에서 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를 보던 중,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저술한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연상시킨다는 부분에서 호기심이 동했다. 책의 내용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새소리도 벌소리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없는 죽음의 계절이 머릿속에 펼쳐지는 순간 책을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벼운 인문학적 저술일 것이라 짐작했는데, 무려 60년 전에 발간되어 봄만 되면 언론을 타는, 나만 모르는 환경학 고전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책은, DDT 등 화학적으로 합성된 살충제, 제초제가 어떻게 생태계의 조화와 균형을 파괴하고 토양과 물을 오염시키며,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의 몸에 축적되어 때로는 급속하게 때로는 세대를 거쳐 서서히 생명을 절멸시키는가에 관한 내용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지금 보면 상식적인 말들이라, 발간 당시처럼 논쟁적으로나 충격적으로 읽혀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책에서 언급한 유해물질의 자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물질로 채워지고 있으므로 여전히 유용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책장을 덮은 후, 생각보다 과학적이었던 글의 내용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은 채 어딘가로 휘발되는 중에 겨우 붙잡은 것은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라는 장 로스탕(Jean Rostand)의 말을 인용한 부분이다. 책에서는 독성물질의 사용과 관련하여 어떤 동의를 구하거나 안전한 사용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알려주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언급하였는데, 장 로스탕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거나 국가권력과 시민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거나, 우리가 무언가를 참아야 한다면, 그 무엇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참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알 수 있으면 충분한 걸까. 알려주어야 하고, 알아야 하는 관계에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성왕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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