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발언대

[발언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호선 관행의 문제점

177242.jpg

 1. 현행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호선 관행

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위')의 홈페이지를 보면, 상임위원은 1~3대(1963. 1. 21.~ 1978. 1. 23.)부터 현재의 17대(2019. 1. 25.~)까지 14명(1~3대와 5~6대는 각각 동일인이고, 모두 국가재건최고회의 자문 위원 출신이었다)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이 맡아왔으며, 2000. 12. 25. 임기가 끝난 제9대까지는 헌법상의 임기 5년 또는 6년이 대체로 지켜졌다. 그런데 중선위 사무처의 업무를 장리(掌理) 하는 사무총장도 1992. 11. 11.부터 상임위원과 같은 대우를 받는 정무직이 되었고(선거관리위원회법 15조 4항), 제7대부터 제9대까지의 상임위원으로 모두 중선위 사무총장이 대통령 임명을 거쳐 호선되다 보니 국무위원 대우를 받는 고위직이 6년 이상 근무하게 된다는 이유로 1999. 10. 20. 선거관리위원회법시행규칙 제9조 제2항을 신설하여 호선된 상임위원의 재임 기간을 3년으로 하되, 위원으로서의 잔여임기가 3년 미만이면 잔여임기까지로 한다는 규정을 두게 되었다. 이리하여 제10대부터는 상임위원은 3년을 한도로 대통령 임명의 위원이 중선위 의결로 호선되었고, 상임위원이 변호사나 교수 출신일 때도 3년만 재임하고 다시 대통령 임명의 특정 위원이 상임위원으로 내정된 후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중선위에서 그대로 호선됨으로써 사실상 대통령 임명의 임기 3년짜리 상임위원이 탄생하고 있다.

또한, 1980. 11. 25.부터 상임위원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는 명문 규정(선관위법 6조 2항)을 두었는데도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대통령 임명의 위원이 중선위 의결을 거쳐 상임위원이 됨으로써 대통령은 사실상 임기 중 2명의 상임위원을 실질적으로 임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관행은 누가 보아도 위원의 임기를 6년으로 정한 헌법 제114조 제2항에 합당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호선의 명문 규정에도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대통령 임명 위원을 상임위원으로 호선의결을 해온 중선위가 과연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헌법상의 독립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또한, 국회도 중선위의 호선의결 이전에 마치 특정 위원을 상임위원으로 내정한 것을 전제로 인사청문회를 시행하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나.
한편, 제21대 위원장까지 19명의 위원장(제2~4대는 동일인임) 모두 대법원 판사 또는 대법관이 맡아왔고, 제4대부터는 헌법상의 임기를 지킨 사례가 없다. 대법원장은 대법관과 일반법관 2명을 위원으로 지명하고 국회는 대법관 위원을 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을 전제로 인사청문회를 하고, 중선위는 이에 맞추어 대법관 위원을 위원장으로 호선함으로써 대법원장이 중선위 위원장을 사실상 임명하는 형식이 되고 말았다.


2. 중선위 위원 구성에 관한 발자취
가.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중선위 위원 구성에 관한 내력은 다음과 같다. 즉, 1950년 4월의 국회의원선거법(법률 제121호)은 '중앙선거위원회'를 내무부 아래에 두고, 4년 임기의 위원 9명은 모두 내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위촉하는 형태를 취하였고, 1958년 민의원선거법(법률 제470호)이 제3자 선거운동 금지 등 규제 중심의 선거관리로 전환함으로써 1960년 제4대 정·부통령선거에서 최악의 부정선거를 가져왔다. 이러한 3·15부정선거의 경험은 국민에게 선거관리를 집권당이나 집권자의 영향 아래 맡길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심어주었다.

이리하여 ① 제2공화국 헌법(제3차 개헌)은 제6장 제75조의2에서 '중앙선거위원회는 대법관 중에서 호선한 3인과 정당에서 추천한 6인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대법관인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고 하여 아예 대통령의 관여를 배제하였고, ② 제3공화국 헌법(제5차 개헌) 제107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2인, 국회선출 2인과 대법원판사회의에서 선출하는 5인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호선'한다고 하여 대법원 판사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도록 함으로써 대법원 판사가 위원장으로 호선되도록 하였으며, ③ 이른바 유신헌법(제7차 개헌) 제112조는 '중앙선관위 위원 9인은 대통령이 임명하되,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한 자,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하고,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였으며(현행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원리와 거의 같음), ④ 이른바 1980년 10월의 국보위 헌법(제8차 개헌) 제115조는 '중앙선관위는 대통령 임명 3인, 국회선출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하도록 하였고, ⑤ 1987년의 현행 헌법은 114조에서 국보위 헌법과 똑같이 규정하였다(다만, 임기만 5년에서 6년으로 변경).

나.
중선위 상임위원 임명에 관한 선거관리위원회법의 변천을 보면, ① 1963년 1월의 선관위법 제5조는 중선위 상임위원은 대통령 임명 위원과 국회선출 위원 중에서 1인을 호선하였고, ② 1973년 1월의 선관위법 제5조, 제6조는 중선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상임위원이 됨)은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였으며, ③ 1980년 11월 25일부터 시행한 선관위법 제6조는 대통령 임명의 부위원장(상임위원) 제도를 없애고 상임위원은 위원 중에서 호선하도록 한 이래 현재에 이르고 있다.


3. 호선 관행의 문제점
가. 상임위원 호선 관행은 선관위의 조직 원리인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위반된다.
1)
3·15부정선거에 따라 탄생한 제2공화국 헌법 이후 합의제 독립기관인 선거위원회의 핵심 가치는 선거 및 투표관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의 확보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게 되면 공정성도 확보할 수 없다. 선거 및 투표의 관리는 국민 주권의 행사 과정을 담당하는 행정작용에 속하지만, 헌법이 일반 행정작용과는 달리 독립된 합의제기관의 담당 아래 둔 것은 특히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른바 3:3:3 원칙이라는 삼권분립의 정신에 따른 중선위 구성 및 위원장 호선에 관한 헌법 규정과 상임위원 호선에 관한 선관위법의 규정에 나타난 중선위 위원의 동등한 지위는 실질적으로 준수되어야 한다. 중선위가 실질적으로 상임위원을 호선하지 않고, 종래의 관행에 따라 대통령의 위원 임명 시 이미 내정한 사람을 형식적·명목적으로 상임위원으로 호선하는 의결은 헌법상의 조직 원리와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게 된다.

2)
헌법의 위원장 호선 규정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법관 위원 중 선임인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호선하는 관행과 시도선관위의 위원장도 현직 법관이 맡는 점을 두고 선관위가 사법부에 종속된 헌법기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독립된 헌법기관이 사법부에 종속된 모습을 보이는 조직 및 구성 자체도 선관위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정신에 현저히 어긋나지만, 과연 사법부 종속형 헌법기관인지도 의문이다. 즉,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은, 국회 동의라는 견제 장치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임명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집권당이 다수당일 때에는 국회 동의는 실질적 견제 장치가 되지 못하고 대통령 단독으로 대법원장을 임명하는 것과 같게 된다. 대법원장 임명에 관한 정치적 현실은 대법원장 지명 몫인 3인의 위원 지명에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부인할 수 없고, 결국 대통령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위원은 공동추천 및 야당 추천 몫의 위원 정도에 불과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중선위 호선의결이 실질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중선위의 독립성은 중선위 스스로 훼손하게 된다.

3)
상임위원은 상근하면서 사무처를 감독할 권한이 있으므로 비상임인 위원장보다 업무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수밖에 없는데도, 상임위원은 대통령 임명의 특정 위원이 사실상 내정된 상태에서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친 후 형식적으로 호선될 뿐이다. 더구나, 상임위원의 '재임 기간'만을 3년으로 한정한 선관위법 시행규칙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3년으로 한 임명 관행은 위원의 임기를 대통령의 임기보다 길게 정한 헌법 규정에 어긋난다. 만약 실질적으로 상임위원을 호선한다면 법관 위원, 국회 공동추천 및 야당 추천 위원 5명이 중립적임을 고려하면 대통령 임명의 특정 위원이 반드시 상임위원으로 선출된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호선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대통령이 위원을 임명할 때 상임위원으로 내정하는 관행이 없어져야 하고, 나아가 중선위로서는 내정에 구속되지 않고 위원장을 제외한 8명의 위원 중에서 실질적으로 호선해야 한다.

4)
그뿐만 아니라 중선위 호선의결 이전에는 누가 위원장이 되는지, 누가 상임위원이 되는지 알 수 없어야 하는데도 국회는 특정인이 위원장 또는 상임위원인 것을 전제로 청문회를 진행하는 것도 잘못된 관행이다. 중선위 위원의 헌법상 지위는 동등하므로 국회가 인사청문회에서 차별을 두어 진행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위원장의 경우는 대법원장이 대법관과 일반 법관 2인을 구분하여 지명하는 것에서 위원장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법원장은 대법관회의에서 선출한 대법관 3인을 위원으로 지명하든가, 그들과 동등한 경력을 가진 비법관 3인을 지명하는 것이 중선위 위원의 대등한 지위를 보장하는 헌법 규정에 부합하고 국회의 잘못된 인사청문회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다.

5)
결국, 종래의 관행을 계속 이어간다면 중선위는 외형적 모습으로는 사법부 종속형 기관이라도(그것도 헌법에 어긋나지만) 실질적으로는 행정부 종속형의 헌법기관이 되는 셈이어서(김태홍, '헌법상 선거관리위원회의 권한과 구성상의 문제점', 공법학연구 13권 3호 79쪽), 위원장이나 상임위원 선출에 관한 관행은 중선위의 헌법기관 구성원리인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이라는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나. 상임위원 호선 관행은 헌법 전문의 '4·19 민주이념의 계승' 규정에 위반된다.
1)
헌법 전문은 헌법으로서의 규범적 효력이 있어 헌법소송의 재판규범이 되고, 헌법해석이나 법률해석의 기준이 되며, 입법형성권 행사의 한계와 정책 결정의 방향을 제시하고, 나아가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이 존중하고 지켜가야 하는 최고의 가치 규범이다(헌재 1989. 9. 8. 선고 88헌가6 결정; 헌재 2006. 3. 30. 선고 2003헌마806 결정).

헌법은 전문에서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60년의 부정선거로 일어난 4·19혁명으로 태어난 제2공화국 헌법은 중선위 구성에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관여를 아예 배제하였고, 제3공화국 헌법에서는 대통령 임명 위원 2인과 국회선출 위원 2인 중에서 호선하도록 법률로 보장하였다. 현행 헌법이 비록 대통령의 중선위 위원 임명에 관여하도록 하였더라도 4·19 민주이념이 중선위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최고의 가치 규범인 이상 대통령 임명의 위원이 임기 3년짜리 상임위원이 되는 관행은 헌법 전문의 '4·19 민주이념의 계승' 규정에 위반된다.

2)
현재 선관위에 부여된 선거관리에 관한 권한은 단순히 후보자 등록, 투·개표 사무의 관리에 한정되지 않고, 특정 선거범죄에 대한 재정신청권(공직선거법 제273조), 관계행정기관에 대한 선거사무 관련 각종 지시 및 협조권(헌법 제115조, 공직선거법 제5조, 선관위법 제16조), 常時 啓導權(선관위법 제14조), 선거에 관한 법령의 제·개정 시 의견제출권(선관위법 제17조), 선거소청심판권(공직선거법 219조),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중지·경고·수사 의뢰 및 고발권(선관위법 제14조의2), 선거범죄조사권(공직선거법 제272조의2, 제272조의3) 등 사법권과 입법권에 버금가는 권한 이외에 특별사법경찰권까지 행사하고 있다. 이처럼 선관위가 단순한 선거관리를 넘어 단속과 규제 및 상시 계도권에 따른 행정지도를 함으로써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자 시민단체가 중선위 위원장을 고발하는 등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중선위는 각급 선관위의 이러한 권한 행사를 통할하고 있고, 상임위원은 위원장과 달리 상근하면서 실무조직의 상층부로서 사무처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하므로 대통령 임명 위원을 상임위원으로 호선하는 관행은 헌법 전문에 규정된 '4·19 민주이념의 계승'에 함축된 정치적 중립성에 위반한다.

다. 호선 관행은 실질적 법치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된다.
1)
법치주의는 어떤 절차나 내용이 형식상 법률 규정에 부합한다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하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의미한다. 즉, 법치는 '개인을 지배하는 법에 정부 또한 지배된다'라는 것으로서 단순한 '법의 준수'를 넘어 '옳고 정당하여서 구속력을 갖는 법'이란 의미가 있다.

대법원장이 현직 대법관을 위원으로 지명하거나 대통령이 특정 위원을 임명하면 위원장이나 상임위원으로 이미 내정된 것을 전제로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시행하고, 중선위도 이들을 위원장과 상임위원으로 선출하는 의결을 한다. 이러한 위원장과 상임위원 호선 관행은 헌법상 동등한 지위를 갖는 나머지 위원의 기본권인 공무담임권, 즉 위원장이나 상임위원으로 선출될 기회나 지위를 박탈하게 되어 실질적 법치주의에 어긋난다. 국회와 중선위가 수십 년간 이런 관행을 이어온 현상을 이해하기 힘들다.

2)
대법원장이 현직 법관을 위원으로 지명하게 되면, 현직 법관은 처음부터 상근직의 상임위원이 될 수 없으므로 그의 상임위원으로 선출될 기회 또는 지위를 박탈하게 된다. 물론 현직 법관이 위원 지명에 동의하면 상임위원에 대한 공무담임권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하므로 그의 공무담임권은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신들의 공무담임권 포기로 인하여 집권당 선출 또는 대통령 임명 위원의 상임위원 선출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특히, 임기를 3년으로 한 임명 관행은 같은 대통령 또는 집권당이 두 번에 걸쳐 상임위원을 임명할 수도 있게 되어 중선위의 행정부에 대한 종속성은 더욱 뚜렷해진다. 따라서 대법원장의 법관 위원 지명은 대법원장이 중선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훼손에 이바지하였다는 비판을 받게 되고, 이는 독립기관인 법원이나 중선위 어느 쪽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3)
또한, 대법원장이 현직 법관을 중선위 위원으로 지명하고, 중선위가 하급선관위의 법관 위원을 위촉함으로써 현직 법관이 합의제 독립기관의 위원장 또는 위원을 겸직하는 것은 선관위의 사법부 종속이라는 비판 이외에 권력분립의 원칙에 어긋나고 재판의 신뢰마저 해칠 수 있다. 선관위는 합의제 독립기관이지만 본질에서 행정작용을 담당하는 기관이고, 법원은 행정작용의 당부에 대한 심판권을 담당한다. 그런데 선관위의 위원장은 법원의 심판권에 속하는 선거소송이나 당선무효 소송의 피고가 되고,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관한 재정신청의 심판권도 법원이 담당하며, 나아가 선거범죄를 조사하여 고발한 선관위의 관할 법원이 그 선거범죄에 대한 형사재판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재판 독립의 원칙에 내재한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신뢰를 해칠 염려가 있고, 이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 확보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직 법관의 각급 선관위 위원장이나 위원 겸직은 제2공화국 헌법 및 제3공화국 헌법의 명문 규정에 기원한 것이지만, 국민의 민주 의식과 선관위의 선거관리에 대한 전문성과 독립성이 확보된 현재에는 헌법상의 기관 독립성과 권력분립 및 재판 독립의 원칙도 함께 존중되어야 하므로, 법관의 겸직은 옳지 않다. 법관은 어느 직종 종사자보다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훈련이 확립된 공직자이므로, 대법관 등 현직 법관이 위원장이나 위원 겸직을 하지 않더라도 그만한 기간을 법관으로 봉직하였던 사람을 위원으로 지명하면 충분할 것이다.

4)
선거관리위원회법은 중선위 위원장은 가부동수일 때 결정권을 가진다고 규정하지만(10조 2항), 합의제 독립위원회인 중선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모든 위원이 동등한 지위에 있다. 이는 의사결정을 할 때 독임제 기관보다 외부 간섭에 따른 영향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2, 3공화국 헌법이 위원장은 대법관 3인 또는 대법원 판사 5인 중에서 호선하도록 한 것도 위원의 동등한 지위를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대법원장이 위원 3명을 지명하면서 한 명은 대법관을, 나머지는 일반 법관을 지명하는 것 역시 중선위의 헌법상 지위에 맞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대법관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은 위원장으로 호선될 기회마저 없게 된다.

라. 호선 관행은 헌법의 임기 규정에 위반된다.

선관위법 시행규칙 제9조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호선된 상임위원의 재임 기간은 3년으로 한다. 다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으로서의 잔여임기가 3년 미만일 때에는 그 잔여임기까지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대통령이 '3년 임기의 위원'을 임명하는 관행의 근거가 될 수 없다. 헌법 제114조 제3항은 위원의 "임기"를 6년으로 하는데, 위 규칙의 "재임 기간"은 임기 6년 중 상임위원으로 재임할 수 있는 기간의 상한을 3년으로 정한 것이고, 따라서 상임위원 재임 기간이 끝나도 나머지 위원의 임기가 남아 있으면 여전히 위원으로 근무할 수 있으므로, 대통령은 그 후임을 다시 임명할 수 없다. 헌법에는 위원장 호선만 규정하고, 상임위원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하위 법률에서 상임위원을 두는 것과 그 재임 기간을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만약 대통령이 위원 임명 당시부터 임기를 3년으로 내락하였다면, 또는 이를 전제로 위원직 자체를 사퇴한다면 이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대법원장이 현직 대법관 또는 일반 법관을 위원으로 지명하고 현직에서 퇴직하면 동시에 위원직도 사퇴함으로써 대법원장 지명의 위원(위원장 포함)이 헌법상 임기를 채운 사례는 제4대부터는 전혀 없는바, 이는 위원 임기를 6년으로 정한 헌법의 취지에 어긋나고, 결과적으로 중선위의 기관 독립성을 해치게 된다.


4. 맺으며
가. 선
거관리는 국민 주권의 행사 과정, 즉 국가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을 취득하는 과정에 대한 통제를 담당하므로, 법률이 마련한 선거에 관한 공정경쟁의 규칙에 따라 그 집행을 공정하게 해야 한다. 특히, 1987년 민주화 이후 선관위의 활동은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과 감시 활동이 강화되었으므로, 선관위의 업무는 더욱 집행권과 독립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상임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이 맡는 관행은 적어도 우리 헌법의 유래와 정신에 위반한다.

또한, 공정한 선거관리는 공정한 선거법 제정에서 시작하므로, 불공정한 내용의 선거법을 그대로 집행하는 것은 공정한 선거관리가 아니다. 즉, 선거관리는 입법의 형성 과정에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게 되고, 나아가 정당을 바탕으로 한 대의민주주의 및 정치발전에도 이바지하는 행정작용이다. 선관위법이 선거사무에 관하여 관계 행정기관에 지시할 수 있는 권한과 입법의견제출권을 규정하고 있는데(16조, 17조), 이는 민주주의의 발달에 따른 권력분립의 새로운 틀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나.
헌법과 선관위법은 위원의 정파성을 탈피하여 중선위의 전문성, 객관성과 중립성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산실인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담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선관위법상 '선거관리 및 정당 업무의 실질적 통할 주체'로서의 역할이 부여된 상임위원에 대하여 대통령이 선거 및 정당 사무에 정통하지도 않은 특정 정파의 적극 지지자를 상임위원으로 임명하게 된다면 선거관리의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져버리게 됨은 물론 제2, 3공화국 헌법에 바탕을 둔 현행 헌법의 정신과 헌법 전문에도 어긋나므로, 중선위는 상임위원(나아가 위원장) 호선에 관한 의결을 실질적으로 행사함으로써 헌법 규정과 정신에 위반하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와 함께 대법원장은 현직 법관 중에서 위원을 지명하는 것을 자제하고 대법관을 거친 일반인을 지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간 법관 위원들은 법관직 사직과 동시에 위원직도 사직함으로써 위원 임기를 6년으로 정한 헌법에 어긋나는 현상을 초래하였다. 현직 법관이 각급 선관위의 위원장이나 위원을 겸직하는 것은 독립한 합의제기관이라는 선관위의 구성원리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만약 법관을 지명하는 경우라도 대법관회의에서 선출한 대법관 3인을 지명하고 그중에서 위원장이 호선될 수 있도록 하여 대법원장이 중선위 위원장을 임명하는 듯한 현상을 제거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

다.
다만, 상임위원의 자격 요건을 정한 규정은 없지만, 그는 선거 및 정당 사무에 밝은 사람이어야 한다. 종래 상임위원이 중선위 사무총장 등 출신이 아닐 때는 전문성을 갖춘 위원이 없었다. 따라서 국회는 위원 중 2~3명을 20년 이상 선거 및 정당 사무에 종사한 경력자 중에서 선출하고, 위원들이 그런 전문가 중에서 실질적으로 호선하여 특정 정파의 지지자 등이 선출되지 않도록 하는 관행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선관위의 주된 업무인 선거 및 투표관리 또는 정당 사무의 관리는 대의민주주의에 따른 정당 간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직접 관계되므로 국회의 선관위 구성 관여는 당연하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구욱서 변호사(법무법인 다래)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