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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레벨업을 위한 방법(1)

- 판례공보스터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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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과 변호사로 각각 20년가량 활동하신 법조 선배님이 내게, 법조인과 같은 전문직의 윤리 덕목 1순위는 '실력'이고, 2순위는 '그 실력을 위한 노력'이라고 말씀주신 적이 있다. 게임회사에서 게임을 재미나게 만들기 위하여 첫 번째로 고려하는 요소는 주인공의 성장이다. 몬스터를 사냥할 때 레벨 1에서는 10번을 때려야만 몬스터를 죽이는데, 레벨 10에서는 1번만 때려도 그 몬스터를 죽일 수 있게 설계한다. 이러한 캐릭터 성장이 게임 몰입의 일등 공신이다(만일 레벨 1이나 레벨 10이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 아무도 그 게임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임과 마찬가지로 법조인으로서 자신의 레벨을 올리는 데 관심이 있다면 매 사건에 열중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이 향상되는 재미를 알게 된다.


최근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재미있게 읽기 시작한 책이 있다. 바로 서울고등법원 판례공보스터디에서 만든 민사판례해설이다. 한 달에 두 번, 그 기간에 발행된 판례공보 중 민사파트를 해설하는 내용이다. 한 개의 대법원 판례를 통상 3~5페이지 분량으로 개조식 문장으로 설명하는데 보통 판례공보에 5~8개 정도의 민사판례가 실리므로 민사판례해설책자는 15~40페이지 정도가 된다. 2007년도 법관에 임용된 후 2012년까지 배석판사 업무를 담당하던 6년간은 꾸준히 판례공보를 읽었는데 그 이후부터 게으름으로 거의 읽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2020년 12월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재판부에 복귀하였을 때 동료부장으로부터 1년치 제본한 민사판례해설 책자를 선물받게 되었고 그 때부터 여기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이 책자는 최신 민사판례에 관한 엄청난 인사이트가 담겨져 있다. 판례 사안하나만이 아니라 그동안의 판례흐름, 구별해야 할 사안 등 입체적인 설명이 담겨져 있다. 이를 판례공보와 함께 꾸준히 읽으면 최신의 그러면서도 깊이 있는 민사법률지식과 그에 관한 리걸마인드를 얻을 수 있고, 나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 같아 뿌듯해진다. 사건합의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 있는 판례해설 부분을 배석판사에게 넘겨주면서 법리에 관하여 의견을 말할 때, '레벨업 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후배 법조인들께 게임처럼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재미난 민사판례해설 책자 읽기를 권해본다.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법)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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