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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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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이 흘렀다. 꼬불꼬불 길게 늘어선 줄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달라진 건 두 시간 동안 내 위치가 줄의 마지막에서 검사원이 보이는 곳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오래 기다릴 줄은 생각지도 못한 탓에 손엔 읽을거리도 없었다. 마음의 속도와 달리 하염없이 느리게 흘러가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무기력과 불안이 엄습했다.


나 때문에 첫째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도 아직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고, 둘째도 새로 다니게 된 유치원에 갈 수가 없다. 가족들의 격리기간도 PCR 검사 검체채취일을 기준으로 기산하므로 어떻게 해서든 오늘 검사를 받아야했다. 화상회의를 마치고 나온 후 방문한 인근 검사소에서는 마감이 임박한 탓에 이제는 더 이상 접수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지금 두 시간째 서있는 이곳이 여전히 검사가 가능하다고 안내받은 유일한 곳이기에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시간은 항상 내 마음의 속도와 다르게 흘러갔다. 특히, 마음이 바쁠 때면 더욱 그 차이는 커졌고 나의 무력감은 배가되었다.

미팅을 하고 검토 의견을 기다리는 의뢰인들에게 흘러가는 시간과 그 후에 이어진 여러 회의와 재판에 다녀와서 기록을 검토하는 나의 시간이 같지는 않을 것이다. 벽 너머에 있는 의뢰인이 손글씨로 빼곡하게 채운 서류를 전하며 변론요지서에 반영해주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어떻게 흘렀을지 생각해본다.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자칫 인생이 심각하게 꼬이거나 삶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사건을 겪고 있는 의뢰인에게, 기다림의 시간은 얼마나 무겁고 힘들까. 그의 가족들의 삶에는 얼마나 많은 변화와 어려움이 생겼을까. 그 무게는 다시금 의뢰인이 살고 있는 시간의 무게에 더해져 그를 짓누르지는 않았을까.

나는 어디선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고야 말았다. 부스터샷을 맞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항상 조심해왔다는 생각에 억울한 마음도 들었지만, 만 2년 간 코로나19에 무뎌지고 모르는 사이에 방역에 소홀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의뢰인은 정말 아무런 잘못 없이 억울한 소송을 당했을 수도, 벽 너머의 긴 기다림 속에 갇히게 되었을 수도 있는 일이다.

비록 그들이 기다리는 시간의 성질을 바꾸어 줄 수는 없을지라도, 나로 인해 그 시간이 더 무거워지거나 더 길어지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지키기 어려운 다짐을 해본다.


조웅규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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