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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내가 쓴 책] ‘당신탓이 아니다’

성범죄 피해자가 알아야 할 법률지식, 마음가짐 등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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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는 변호사로서 ‘사건 자체’에 중점을 두고 ‘진짜 성범죄사건’을 집필했다. 형사 재판 및 절차의 당사자는 가해자와 검사이기 때문에 사건에 대해 다루다 보면 가해자와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통상 변호사가 필요한 사람은 가해자 측이다. 그런데 다양한 사건을 경험하다 보니 오히려 가해자들은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원만히 잘 진행하고 있는데,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심지어 성범죄 피해자는 국가에서 무상으로 국선변호사를 선정해주기까지 하는데 말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가 알아야 하는 법지식을 알리고 사건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나 태도 등에 대해 조언을 드리고 싶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정서적인 위로나 공감을 다룬 책은 적지 않은 거 같다. 내가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책을 한 번 써보겠다.’는 말을 했을 때, 대부분 ‘(사건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위로가 필요하겠네’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데 나는 여성으로서 감정적인 위로·조언을 하는 게 아니라, 변호사로서 냉정하게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쓰고 싶었다. 하나의 예로, 무조건 나쁜 사람을 고소해서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도 담고 있다. 형사절차를 진행하며 피해자는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사안에 따라서는 욕이나 실컷 하고 잊어버리거나, 빨리 합의하고 사건을 끝내버리는 것도 방법일 수도 있다. 형사 절차는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고, 지난 시간보다 앞으로 더 오래 그리고 더 지독하게 이 건으로 고통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소하기 전에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진행을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아마도 이 책은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젠더 감성이 짙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분들이 보시기에 촉촉하지 않고 오히려 건조하고 딱딱할 것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이라면 때로는 뜨거운 가슴보다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성범죄라고 하면 대부분 감정적으로 사건을 대한다. 매우 문제가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성범죄는 여자라서 당한다거나 혹은 남자라서 저지르는 일로 규정될 수 없으며 규정되어서도 안 된다. 그 반대의 사례도 분명히 존재하며 동성간에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젠더 문제로 성범죄를 바라보는 일은 지양하였으면 한다. 성범죄 역시 형사사건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러므로 다른 형사사건처럼 다루고자 하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 성범죄 사건의 특수성은 당연히 있으나 이러한 특수성으로 성범죄 사건만 특별해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나는 남혐이나 여혐이라는 단어를 정말 싫어한다. 그런 세계관이 사회를 뭉개고 비정상으로 몰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따스한 마음을 가지되 객관적으로 사건이나 절차를 들여다봐 주시길 바란다.


채다은 변호사 (법무법인 시우)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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