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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변론이야기

[나의 변론이야기] 법원도 인정한 '이주어선원 임금 차별', 그러나 갈 길이 멀다

고시상 외국인 선원 적용 특례 존재 자체가 문제

'나의 변론 이야기'는 변호사님들이 소송이나 중재, 조정 등에서 변론·변호한 내용 가운데 의미 있는 이야기를 직접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극적인 승소 사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 공익사건 뿐만 아니라 소소한 사건의 변론 과정에서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 등을 독자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첫번째 사건으로 화우 공익재단의 이현서 변호사의 사건을 소개합니다. 글이 채택된 분들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176777.jpg필자는 공익단체에서 일하며 주로 이주민·난민 분야를 다루고 있다. 법률 지원뿐 아니라 각종 시민단체의 연대체에 소속되어 실태조사나 입법 운동, 캠페인 등을 함께 기획하고 진행한다.

2020년 중순 필자가 소속된 선원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이하 '선원넷')에서 이주어선원의 임금 차별 철폐를 위해 소송을 제기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주어선원이 명백히 차별적인 최저임금과 재해보상금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최저임금부터 보면, 선원의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에 따르는 육상 노동자의 경우와 달리 선원법에 따라 해양수산부 장관이 매년 발표하는 '선원 최저임금 고시'로 정해진다. 그런데 여기에 '외국인 선원에 대한 적용 특례'를 두어, 당사자인 이주어선원을 배제하고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과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수협')만의 협의로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이주어선원들에게는 내국인 선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이 책정된다. 일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2020년도의 선원 최저임금은 고시상 월 2,215,960원이었지만, 선주들과 수협 사이의 협의로 정해진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은 월 1,723,498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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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 이주노동자들이 이른새벽 선상에서 쪄진 멸치를 상자에 담아 정리하고 있다.

 

두 번째로 재해보상금 관련하여, 보통 재해보상금 산정의 바탕이 되는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의 최저액은 앞서 언급한 선원 최저임금이 아니라 따로 정한 특별한 임금이 기준이 된다('재해보상 시 적용되는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 등 산정을 위한 월 고정급의 최저액'). 위 고시에서는 재해를 입은 어선원 보호를 위해, 선원 최저임금보다 더 높게 이 기준 금액을 따로 정해 놓았다. 2020년도에 월 2,618,940원이었으니 당시 선원 최저임금보다 약 40만 원가량, 이주어선원 최저임금보다는 약 75만 원가량 많은 금액이다.

이 기준 금액에는 선원 최저임금 부분과 달리 외국인 선원에 대한 적용 특례 조항이 없다. 같은 조건에서 국적과 무관하게 똑같은 기준 금액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수협은 여전히 이주어선원에게만 이주어선원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여 재해보상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면 '기준 금액보다 적은 내국인 선원의 최저임금보다 또 더 적은' 이주어선원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훨씬 적은 재해보상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최저임금과 재해보상금 차별은 전부 선원 최저임금 고시의 외국인 적용 특례 때문에 발생했다. 위 고시에서 특례를 통해 선주들과 수협의 단체협약으로 고시를 따르지 않고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했고, 단체협약에서 이주어선원의 재해보상금까지 위 고시를 따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유엔 사회권 규약의 차별금지 원칙 및 

동등 가치 노동에 대한 동등 보수 원칙 위반


이 문제가 반영된 것이 바로 이번 사건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주어선원 A씨는 2018년 말 작업 도중 오른손이 기계에 빨려 들어가는 큰 사고를 당했다. A씨가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재해보상금을 신청하자 수협은 위 고시에서 재해보상금 산정을 위해 정한 기준 금액이 아닌 단체협약에 따라 이주어선원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재해보상금을 지급하였다(더욱 안타깝게도 애초에 A씨의 임금은 그 차등된 최저임금에도 미달했다).

제도적으로 임금 차별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는 비단 A씨만 겪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화우공익재단, 공익인권법센터 공감, 공익법센터 어필 등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A씨의 대리인단은 수협의 재해보상금 처분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2021구단51099)을 제기하였다.

일차적 문제는 물론 단체협약이 고시의 위임 범위를 일탈한 것이었다. 고시가 특례를 통해 따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한 범위는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에 한정되므로, 재해보상금 산정에까지 고시의 규정을 따르지 않도록 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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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대리인단은 고시상 외국인 선원 적용 특례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았다. 특례가 유엔 사회권 규약의 차별금지원칙 및 동등 가치 노동에 대한 동등 보수의 원칙을 위반하였고, 우리 헌법의 평등권과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였으며, 법률유보원칙과 재위임금지원칙을 비롯해 선원법 및 근로기준법상 차별금지원칙을 위반하였을 뿐 아니라, 선주들과 수협 사이의 단체협약은 당사자인 이주어선원이 배제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는 점 등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1심 진행은 녹록지 않았다. 수차례에 걸친 변론기일에서 수협은 차별적 임금 제도가 어선원재해보험법상 어업 경영의 안정이라는 목적을 위한 것이므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주어선원이 내국인 선원에 비해 기술력이 부족하고 숙식 등의 부수적 혜택을 받는다고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선원넷 등의 각종 실태조사에 따르면 후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고된 작업 때문에 내국인은 취업을 기피하고, 제대로 된 숙식 제공은커녕 오히려 이주어선원들이 여권 등 신분증을 압수당한 채 휴어기에 불법적으로 다른 작업장에 파견되는 일도 잦다. 무엇보다 어선원재해보험법의 주된 목적은 어선원 보호에 있으며, 경영의 안정은 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할 정당한 대가를 빼앗아서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학계에서는 "외국인의 최저임금 결정 제도의 이중화는 외국인과 내국인 선원 사이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이는 다시 내국인 선원 노동시장 내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절화하고 이를 심화시키는 단계를 야기"함을 지적하고 있다(장우찬, '선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그 문제점', 법학연구 29권, 3호, (2021), 247-274 중 255쪽).

 

 해수부도 

뒤늦게 내국인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


다행히 지난 1월 19일, 1심 재판부는 수협의 처분이 특례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며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번 판결은 이주어선원에 대한 임금 차별 문제 자체를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 말미 약 2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할애하여, "최저임금이라 함은 일에 대한 정당한 보수의 최저선을 정한 것으로서…위임의 한계를 일탈하여 외국인 선원에 대하여만 이 사건 단체협약 등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한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하며, "선원 최저임금 및 재해보상 시 적용되는 통상임금, 승선평균임금 등에 관한 관련 규정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사실 예전부터 이주어선원에 대한 재해보상금 지급 관행이 위임 범위를 일탈하여 위법하다는 판결은 산발적으로 있어 왔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선원 임금 제도 자체를 지적한 판결은 없었고, 해양수산부와 수협 역시 계속된 취소 판결에도 변함이 없었다. 이런 맥락에서, 본 판결이 이주어선원에게 자행되는 임금 차별을 인정하고 제도의 전면적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뜻깊다.

공교롭게도 판결 선고 당일, 해양수산부는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을 내국인 선원의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일견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시기를 2026년까지로 정하여, 10여 년간 제도가 뒷받침해 온 이주어선원 임금 차별 폐지를 또다시 4년 뒤로 미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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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주어선원 도입과 관리가 민간기업에 맡겨져 있는 현행 제도의 개선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결국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이 이주어선원에게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최저임금 인상분이 송출 비용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원넷이 입수한 베트남 현지 인력 공급 업체와 이주어선원 간 계약서에는 기본 급여 상승 시 이주어선원이 그 상승분을 인력 공급 업체에 정산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그동안 이주어선원 최저임금의 인상에 동반해 송출 비용 또한 꾸준히 상승하여, 그 금액이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 이상 되는 경우도 확인된다. 해양수산부가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아무 움직임이 없다.

이주어선원은 우리나라 전체 선원 중 절반 가까이의 비율을 차지한다. 특히 원양어선은 10명 중 8명이, 연근해어선은 10명 중 4명이 이주어선원이다. 한국의 수산업이 철저히 이주어선원의 노동에 의존하는데도, 제도와 정책은 이들의 노동 환경과 인권 보호에 무관심하다.

 

수협은 지난 2월 7일 항소를 제기했다. 그동안의 법원 판단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자행해 온 위법한 방식을 버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수협은 항소할 것이 아니라 그간의 관행이 차별적이었음을 인정하고 이주어선원에게도 최저임금과 재해보상금 등을 공평하게 적용하여야 한다. 또한 해양수산부는 선원 최저임금 고시의 외국인 선원 적용 특례를 폐지함으로써, 국적에 따른 임금 차별을 철폐하여야 한다. 동시에, 이주어선원의 송출입 과정을 민간기업이 아닌 공공 부문이 직접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미 10여 년간 차별을 감내해 온 이주어선원들에게 겨우 '최저임금 수준이 내국인 선원의 그것과 같아지는' 2026년은 여전히 너무 멀다.

 

 

이현서 변호사 (화우공익재단)


176777_4.jpg※ 선원넷에서는 '이주와 인권연구소'와 함께 2021년 미니 다큐 <바다에서 밥상까지 인권: 김>을 제작하였습니다. 관심 있으신 독자들께서는 아래 큐알코드를 통해 영상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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