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책 읽어주는 변호사

[책 읽어주는 변호사] 고기를 먹는 것이 왜 옳고 그름의 문제일까?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최훈 지음, 사월의책 펴냄)

'책 읽어주는 변호사'는 서울 봉천동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소리 변호사가 법률신문 독자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김 변호사는 법서 뿐만 아니라 인문·교양 서적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직접 선정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매달 소개되는 책들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마음의 양식이 풍성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76642.jpg

예전에 비해 요새는 주변에서 채식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필자 역시 몇 년 전부터 완전 채식을 지향하며 불완전하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채식을 처음 접하고 이에 대해 생각해본 건 채식을 하는 친구를 통해서였다. 여럿이 함께 밥을 먹을 때 그는 채식주의자라며 고기 없이 밥을 먹었는데, 고기를 안 먹는다는 사람을 보게 되니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고, 그때 뭔지 모르겠는 불편함이 마음 속에서 일었다. 일단 직관적으로 고기를 먹으려면 동물을 죽여야 하는 것이니까 그 자체로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저 친구는 고기를 안 먹는데 나는 굳이 왜 먹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그리고 생각할수록 우리는 고기를 지나치게 많이 먹고 있음이 분명하고, 이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영양상 고기를 먹는 것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해도 현재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당시 처음으로 고기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얕게나마 생각해보게 됐다. 그 이후로 차츰 단계적으로 채식주의를 실천하게 됐고 현재까지도 불완전하지만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철학자 최훈 교수가 쓴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는 필자가 처음 채식하는 사람을 접하고 느꼈던 뭔지 모를 불편함, 그리고 그를 계기로 채식주의자가 되는 일련의 흐름을 논리적으로 정리해준 책이다. 다시 말하면, "고기를 먹는 것이 왜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지"에 대해 철저히 '이성'에 기반하여 논증하는 책이다. 채식을 하는 이유는 건강 때문일 수도, 종교적인 이유 때문일 수도, 그냥 기호에 따른 것일 수도 있는데, 이 책은 이러한 동기에 기반한 채식이 아닌 '윤리적 채식'에 대해서 다룬다. 윤리적 채식은 그저 동물이 불쌍하다는 감정적 차원에서 행하는 것이 아니며, 고기를 먹는 것이 옳지 않기 때문에 행하는 것이다.

"고기를 먹는 것이 왜 윤리적인 문제일까? 먹는 일에 무슨 놈의 윤리가 필요한가? 남의 것을 훔쳐 먹는 것도 아닌데, 고기를 먹거나 안 먹는 것이 왜 윤리와 관련이 있는가?" -책 11쪽(프롤로그 중에서)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저자는 피터 싱어, 벤담 등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자고 주장하는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거창한 윤리 이론을 갖고 오지 않아도 고기를 먹으면 안 되는 근거를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며 쉬운 언어로 이를 설명한다.

 
저자는 우선 "윤리란 합리적인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고 지킬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면서 채식과 관련해서 우리가 이미 받아들이고 있는 상식적 믿음 세가지를 상기시킨다. 첫 번째는 우리는 고기를 먹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윤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만 우리에게 의무를 부여해야 하므로, 예를 들어 이누이트처럼 고기 말고 먹을 게 없는 사람들에게도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고기 이외에도 먹을 것이 많아서 고기를 먹지 않아도 죽지 않는 경우에는 육식이 옳은지 그른지를 토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 채식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좋을 수 있으며, 설령 육식과 건강의 관계에 대해 논란이 있더라도 적어도 고기를 먹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저자는 다음으로 윤리란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을 이야기한다. 어떤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때 나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져서 판단하는 것은 윤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실과 당위를 구분해야 함을 지적한다. "인생이란 게 원래 그런 거 아냐? 누구나 다 자기 것을 챙기려 하지. 당신은 안그래?"라고 한다면, 이는 윤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생이 '어떠한가'(사실)와 인생이 '어떠해야 하는가'(당위)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육식에 적용하면, 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가 아닌 고기를 먹으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윤리다.

마지막은 성차별과 인종차별은 옳지 않다는 믿음이다. 다소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이 믿음은 윤리적 채식주의 논지에서 가장 중요한 믿음이다. 현대에서 이는 매우 당연시되지만,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당연시되던 시대는 그렇게 오래 전이 아니며 당시만 해도 이것이 왜 문제인지 생각조차 안했다. 그렇다면 성차별주의와 인종차별주의는 왜 옳지 않은 것일까? 성별과 인종 간에 지적 능력의 차이가 없기 때문일까? 만약 이렇게 지적 능력을 근거로 든다면 지적 능력에 차이가 있는 사람은 성별과 인종이 어떠하건 노예처럼 다루어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지만 이는 동의하기 어렵다. 결론을 말하면, 성차별주의나 인종차별주의는 인간의 보편적인 본성을 침해하는 일이기 때문에 나쁜 것이다. 즉,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율성과 자존감을 가지고 있고, 배고프지 않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기를 바라며 고통을 피하려 하는 등의 본성이 있는데, 성차별주의와 인종차별주의는 이러한 인간의 보편적 본성을 침해하므로, 이러한 점에서 성차별주의와 인종차별주의는 나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성차별주의와 인종차별주의가 옳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 뒤 자연스럽게 '종차별주의'를 이야기한다. 다소 낯선 개념인 종차별주의는 인간 종의 이익을 위해 다른 동물 종을 달리 대우해도 된다는 주장이다. 앞서 성차별주의와 인종차별주의가 지적 능력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 본성을 침해하기 때문에 옳지 못하다고 했던 근거를 이 종차별주의에 적용해보면, 인간이 지닌 보편적 본성 가운데 동물도 동일하게 지니고 있는 본성이 있다면 그것을 빼앗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동물들은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하는 본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하는 본성이 인간 외에 다른 동물에게도 있다면 그러한 동물의 본성도 존중해야 한다. 이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바로 종차별주의가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윤리적 채식주의의 핵심이다.

"왜 고기를 먹으면 안되는가?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동물에게 고통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왜 동물에게 고통을 주면 안되는가? 내가 고통이 싫은 것처럼 동물도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108쪽 3장 '옳고 그름의 문제' 중)

고기를 먹는 것이 동물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은 명확하다. 일단 죽임을 당하는 순간 고통이 있으며, 현대의 공장식 축산 하에서는 사육되는 과정에서의 고통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동물을 고통 없이 기르고 고통 없이 도살된다면 어떨까? 저자는 이러한 경우라면 윤리적으로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이러한 동물 내지 고기는 없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사육되고 도살되었는지 확인할 수가 없고, 확신이 없을 때는 '의심의 이득'(고통을 느끼는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을 때는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는 원칙.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in dubio pro reo'가 떠오른다.)의 원칙에 따라 고통을 받고 자란 동물의 고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이상이 책에서 말하는 고기를 먹는 것이 윤리적이지 않은 이유의 핵심이다.

저자는 담배를 피우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담배 연기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때부터는 윤리적인 문제가 되는 것처럼 육식은 다른 사람의 먹을 거리를 빼앗고 우리가 사는 환경을 병들게 하며 무엇보다 다른 존재들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가 된다.

책은 이 밖에도 흔히 채식주의자들이 받는 공격적(?) 질문들에 대한 답이나 채식의 종류 등 채식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채식주의에 대한 어렵지 않은 입문서가 필요하다면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를 추천한다.


김소리 변호사 (법률사무소 물결)

 


 

리걸에듀

관련 법조인